오는 11월7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처음 시행되는 선택형 수능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5일 실시한 6월 수능모의평가에서 상당수의 고등학교가 학생들에게 영어시험을 B형으로 보도록 강제로 통일시킨 것이 드러났다. 올해 수능은 학생 수준에 따라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으로 선택해서 볼 수 있다.

따라서 모의평가에서 A형 시험장과 B형 시험장에서 따로 시험을 보면서 본 수능에 대비하는 것이 원칙이다. 출제 당국도 모의평가 결과를 참고해서 본 수능 난이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일선 고교에서는 현실적으로 시험장 옮기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 하나로 통일해서 시험을 치른다. 모의평가에서부터 이러한 파행이니 얼마나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일부 고교에서는 교실부족과 시험감독의 어려움을 들어 시험장 이동을 하지 않고 원래 자기 교실에서 시험을 보고 교사가 시험지만 다르게 배부했다. 문제는 듣기 평가가 있는 영어 영역이다. A형과 B형의 듣기 문제가 달라서 한 교실에서 시험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은 응시자 수가 적은 A형 선택 학생을 과학실이나 강당 등 별도의 장소에서 시험을 치르도록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학교에서는 지원자 비율이 높은 B형으로 일괄적으로 보게했다. 학생들이 마음대로 유형을 골라서 시험 준비를 할 수 없다면 선택형 수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선택형 수능은 학생 수준에 맞게 시험 유형을 나눠 학습 부담을 줄이자는 의도에서 도입됐다. 문과 학생들이 쉬운 수학 A형을 보고, 이과 학생들이 쉬운 국어 A형을 본다면 학습 부담이 경감되고 사교육 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학교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교과과정에서 각 유형에 맞게 서로 다른 출제범위를 충실히 가르치는 것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사교육도 줄어들지 않는다. 이동식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대부분 학교에서 예체능계열 지망 학생이 문과 반에 들어가 있는데 이들에 대한 수업 방식도 문제다. 대학입시는 단순해지기는커녕 대학별로 A, B형의 선택과 가산점제가 얽히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어느 유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능 성적과 대학 합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남에 따라 고교의 입시지도는 힘들어지고, 불안감이 커져 대입 컨설팅은 더욱 성행할 것이다.

문제는 수능이 불과 5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택형 수능은 이미 3년 전에 예고된 것이다. 올해 수능을 차질없이 치르기 위해서는 남은 기간에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수험생들은 자신들이 '실험대상'이라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학생들이 준비가 덜 된 정책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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