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환 전 의성공고 교장

대구 변두리에 실버세대 등산코스가 더러 있다. 그 중 '문양등산길'은 맑은 공기에 길이 순해 인기다. 대구지하철 2호선 서쪽 종착역인 문양역은 유일한 지상역이다.

역 부근에는 늘 등산하러온 노인들이 많다. 특히 휴일에는 울긋불긋한 차림의 남녀노인을 여럿 만난다. 가벼운 등산 백을 메고, 지팡이를 짚고 일렬로 산을 향하는 모습들이다.

역을 빠져나와 200m 가량 가면 철둑을 가로지르는 지하도가 나온다. 북쪽 100m 정도의 제법 긴 지하도를 나가면 바로 동쪽과 서쪽 양 갈래 산길 어느 쪽으로 가도 된다.

북쪽은병풍처럼 둘러선 산이다. 그 정상으로 난 길이 '문양등산길'이다. 서쪽 논 들길도 조금 걸으면 산이 나온다. 평탄한 꼬불길을 오르면 곧 순한 등산길이다. 오른쪽으로 돌아 동쪽으로 가면 '다사역'이다.

이 길이 가장 긴 풀코스다. 작은 몇 등성이를 오르내리며 쉬엄쉬엄 가다가 만나는 양지바른 묘소는 좋은 휴식처다. 각자 싸온 간식거리가 휴식을 즐겁게 한다. 과일, 사탕, 건빵, 믹스커피, 작은 병 약주 등이다. 이런 휴식처는 여러 군데 있다.

솔숲이꽉 덮힌 등산길도 나온다. 피톤치드(phytoncide)가 나오는 숲은 걸음이나 휴식에 좋은 삼림욕이 된다. 계절별 바뀌는 꽃과 열매, 신록, 녹음, 단풍과 낙엽수도 반긴다.

중간 중간 아카시아나무, 참나무, 밤나무 등도 있다. 그 중간 훤하게 사방이 트인 '초원 자락'(붙여본 이름)은 재미를 더 한다. 이 곳도 잔디로 단장된 명당이 자리해있다. 자리를 펴고 둘러앉으면 멋진 점심자리가 된다.

식사 후 따뜻한 물에 탄 커피 한 잔도 빠지지 않는다. 등산길과 묘소에서 부스러기 한 점 버리지 않는 기본예절을 지킨다. 식사 후 다시 걸으면 '대밭 삼거리'(붙여본 이름)다.

남쪽은 가까운 문양역이다. 힘이 좀 남으면 동쪽 먼 길로 돌아간다. 동쪽 풀코스로 내려가면 '문양배수지'이고 또 다시 운동기구와 의자가 놓인 작은 등성이를 넘으면 다사역이다. 몸 상태에 따라 힘이 빠지면 길을 벗어나 하산해도 좋다. 5년여전 대밭삼거리 부근에서 딱따구리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부리로 나무를 쪼는 소리였다. 그런데 이름처럼 '딱딱딱'으로 안 들리고 무척 빠른 속도로 '따르르르 따르르르'로 들린다. 희귀 새를 보고 싶어 한참을 찾았지만 못찾았다. 노인 시력의 한계인가! 대나무밭 인근 오동나무에서 구멍은 찾았지만 새는 보이지 않았다.

그 후에도 전혀 못 들어 아마 지금쯤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지구상에 약 200여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크낙새(천연기념물 제197호), 까막딱따구리(천연기념물 제242호), 청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큰오색딱따구리, 쇠딱따구리, 개미잡이, 붉은배오색딱따구리, 아물쇠딱따구리 등 9종이 분포한다.

벌레를 잡기 위해 나무속을 쪼고, 또 알 낳고 새끼를 기르기 위해 구멍에 둥지를 만든다. 2~8개의 알을 낳아 암수 교대로 품어 부화시키고 협력을 잘 해 부부 정도 대단하다.

문양에는 메기 매운탕집이 많다. 뜻맞는 등산팀들은 얼큰하고 푸짐한 매운탕으로 보신과 원기를 돋운다. 역전에는 매운탕집 승합차 여러 대가 항상 손님을 기다린다.

문양역이 실버세대 등산 출발지가 되다보니 찾는 노인들이 늘어만 간다. 모두 지하철 2호선 개통 덕분이다. 노인들이 등산으로 활기가 넘치면, 가정 화목과 함께 국가의 건강보험금도 축이 덜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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