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회사는 지역독점을 통해 거대한 정치력과 자금력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전력회사는 그 자금력을 배경으로 다수의 관청 출신자를 낙하산 인사를 통해 높은 연봉을 주며 간부에 등용해 왔다. 그뿐만 아니라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광고 스폰서가 돼 언론매체들에 혜택을 주고, 연구비를 지급함으로써 연구자들의 배를 불려주었다. 전력회사 임원 출신과 노동조합 간부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전국 정치가들에게는 간접적으로 자금도 지원해 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 위원 핫타 다쓰오 오사카대 초빙교수의 증언이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쓰나미로 인한 천재가 아니라 마피아 조직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마피아'라는 말은 이탈리아, 그 중에서도 시칠리아의 비밀 범죄조직을 부르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시칠리아 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서로 도와야 하며 설령 친구가 틀리고 적들이 옳다고 할지라도 친구의 편에 서서 적과 대항해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들은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아주 사소한 모욕이라도 복수하지 않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또 비밀을 지키는 것을 생명으로 한다. 시칠리아 인들에게 있어서 가족이라는 집단 밖의 모든 사람은 잠재적인 경쟁자이자 적으로 인식하는 성향이 강하다. 가족이 아닌 모두를 항상 경계하고, 도덕적 의무는 자신의 핵가족 구성원에 대해서만 지는 고립된 가족주의를 지향한다.

이 같은 마피아 집단과 유사한 조직구조가 일본의 경우는 물론 우리 원자력발전소 부품 비리조직의 구조와도 흡사하다. 원전의 가동 중단으로 수조원의 피해를 불러 온 부품 시험성적서 조작 등 비리가 특정 대학 출신들이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대 원자력공학과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들이 배타적 전문성을 앞세워 원전 제조업체와 시험기관 등 원전시장을 독식, 비리 사슬을 형성한 것이다. '한국 원전 마피아'의 실체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 출신들이 오직 사익만 쫓는 피폐한 이기주의로 국가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원전 마피아의 준동을 막을 감시기구도 필요하지만 국가관과 윤리교육의 강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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