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아포읍 권순덕씨, 40년 넘게 일기써와…변화 모습·생활상 담겨

김천시 아포읍 대신3리 권순덕씨.

지난 4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써온 농부가 있다.

김천시 아포읍 대신3리 권순덕(71)씨는 지난 1969년 1월 1일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써온 일기가 지금까지 약 70여권이 된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 첫날 그의 일기에는 '추워서 오전에는 휴업. 오후에는 울타리 하려고 오리목(오리나무) 가지 한짐을 함'이라고 적었다.

'복숭아를 우마차에 싣고 아버지와 함께 김천 장에 팔러 갔다. 7짝에 3천500원, 올복숭아(조생종) 1짝에 300원, 물자두도 1짝에 300원 해서 모두 4천100원을 받았다.(1970년 6월29일)'

'노풍'으로 대변되는 대흉작 때인 1980년 10월31일자 일기에서 '지난해 태풍 피해를 입고도 18가마를 먹은 논이 올해는 10가마 밖에 안 되고, 봉답논도 18가마를 먹는데 9가마도 건지지 못했다. 내 평생 이런 오진 숭년(흉년)은 처음 본다'라고 적고 있다.

권씨의 일기장에는 새마을운동, 1980년 대흉작, UR(우루과이라운드) 등 굵직굵직한 우리 농업·농촌사(史)와 아기자기한 가족사는 물론 당시의 농산물 가격과 농자재·생필품 가격 등을 담은 그날그날의 출납기록이 생생히 기록돼 우리 농업과 농촌의 근대사를 담은 한편의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권씨는 "집안이 어려워 중학교에 가지 못해 농사를 지으면서 한문 공부를 하려고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며, "군대 가기 전까지는 매일 쓴 것이 아니고 비망록 형태로 썼다"고 했다.

일기를 쓰는 순간은 너무나 행복하다는 권씨는 "세상이 모두 잠든 시각에 홀로 앉아 하루를 되돌아보면 누구에 대한 원망보다는 자신에 대한 반성과 다른 이에 대한 감사함만 남게 된다"며, "일기를 한 10년만 써 보면 살면서 너무 가까워 소중함을 잊기 쉬운 아내가 천사보다 더 예쁘게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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