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칠레에 진도 8.8의 대지진이 엄습했다. 사망자 800여명이 발생했으나 예상보다 적어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같은 해 30만 명이 사망한 아이티의 지진보다 강도가 1000배나 높았지만 아이티에 비해 피해 규모는 경이로울 정도로 적었다. 진앙이 지표면에서 깊었고, 도심에서 멀어 천운이 따랐다는 등 여러 분석이 나왔지만 인력으로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칠레 국가의 높은 청렴도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주택까지 내진시공이 완벽하게 되어있을 만큼 지진에 대한 대비가 잘 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이 유비무환의 재앙 대비는 부패가 없는 공직사회 덕분이었다. 공직자들의 뇌물로 인한 인재(人災) 때문에 대재앙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칠레는 남미 최초의 OECD 가입국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의 3분의 1 밖에 안 된다. 하지만 칠레 공직사회는 국가경쟁력에 비해 대단히 선진화 돼 있다. 90년대부터 칠레 정부가 '청렴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기치 아래 부패 추방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온 결과다. 결국 공직사회의 깨끗한 기풍이 대참사에 희생되었을지도 모를 수많은 국민생명과 안전을 지켰던 것.

싱가포르, 뉴질랜드, 덴마크는 국제투명성기구(TI)서 발표하는 국가청렴도 순위에서 언제나 최상위 자리를 차지한다. 싱가포르는 처음부터 청렴한 나라가 아니었다. 1959년 리콴유 총리가 집권하자마자 '탐오조사국(貪汚調査局)'을 설치, 모든 부패사범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응징, 깨끗한 공직사회를 확립했다. 뉴질랜드는 총리가 업무 중 과속운전 한 사실을 주민이 신고, 벌금을 물릴 만큼 반(反)부패 사회분위기가 팽배돼 있다. 이러한 사회 밑바탕을 사소한 규칙 위반도 용서 않는 '제로 톨러런스(Zero-Tolerance)'가 받치고 있다. 지하철역 개찰구에 검표요원이 없는 덴마크는 깨끗한 국민의식이 체질화 되어 있다.

'원전비리와의 전쟁'을 선언한 정홍원 국무총리는 원전비리는 "천인공로 할 중대 범죄"라고 질타했다. 국가경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한 원전비리는 극악무도의 극치로 극형감이다. 중국 같은 나라는 이 같은 범죄자는 바로 공개처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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