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목적 관철을 위한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은 집회 시위에서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험악한 구호가 난무하고 죽음을 뜻하는 '근조(謹弔)'피켓까지 등장한 시위 현장에 초등학생들이 또 동원됐다. 포항 양덕동 승마장 설치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포항승마장 건립 반대 시위를 하면서 양덕초등학교 학생들을 시위 현장에 동원했다. 비대위와 박승호 포항시장의 면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지난 25일 양덕초등학교 학생들의 등교거부 사태가 빚어졌다. 재학생 1천573명 가운데 1천36명이 등교하지 않았다.

양덕동 일대 아파트 주민과 인근학교 학생 등 300여명은 상경 집회를 가졌다. 특히 서울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초자치단체의 민원과 관련한 시위가 열린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등교를 거부한 초등학생 수십명이 구호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시위대의 앞줄에 선 것은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아파트 밀집지역에 승마장을 건립하면서 주민의 동의를 받지 않고 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이 백번 옳다고 하더라도 목적 관철을 위해 수업을 받아야 할 초등학생을 시위에 참가 시킨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지난 2011년 11월13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결의대회에서 한 초등학생이 연사로 올라 '영리병원'으로 4행시를 지었다. "리 명박, 니가 하고 싶은데로 하고.…원 없이 천벌 받아라"고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이 일제히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살벌한 정치투쟁의 현장에서 초등학생이 패륜적 구호를 외쳐댄 것이다. 지난 2010년 2월 전북 정읍시 농민단체는 허수아비 시위를 벌이면서 초등학생 4명에게 곡괭이를 손에 쥐어주고 허수아비를 내려찍게 했다. 허수아비에는 피를 상징하는 붉은 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고, 이를 내려찍는 장면이 시민들에 의해 사진촬영 돼 사회문제가 됐다. 농민단체가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초등학생을 끌어들여 퍼포먼스를 하게한 것이다. 또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는 위험한 폭력 현장에 부모들이 어린이를 데리고 나오는 것도 모자라 유아를 태운 유모차까지 끌고 나오지 않았던가. 촛불시위 막바지에는 조계사로 숨어든 수배자들이 초등학생들을 부추겨 이명박 전 대통령을 거칠게 욕하는 내용의 방명록을 쓰게하고, 이 장면을 인테넷에 올리기까지 했다. 2005년에는 전북 임실의 전교조 교사가 좌파단체의 빨치산 추모제에 중학생 180여명을 데리고 참석해 학부모들을 분노케 했다.

아무리 이해가 엇갈리고 사회적으로 이익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된다 해도 인간이 후세들에게 가르치지 말아야 할 인간의 길이 있다. 아직 이성적 판단력이 없는 어린 학생을 시위에 동원하는 것은 금해야 한다. 국회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시위에 동원하는 것을 금하는 법률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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