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는 명품도시가 많다. 그 가운데서도 이탈리아 피렌체가 백미다. 아름다운 건물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피렌체의 진정한 가치는 장중하고 아름다운 건축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르네상스 시대가 이상으로 했던 인본주의 사상에 기초해서 도시 창조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도시는 도시 설계에 인간의 삶의 가치를 존중하는 정신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피렌체 외에도 유럽 역사에서 명품에 비유할만한 도시는 여럿 있는데, 대부분 공통점은 도시 디자인을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닌 인간 삶의 가치를 더 높이는 데 두었다는 점이다.

현대 도시계획의 선구자 중 한사람인 카밀로 지테는 도시계획은 "최고 수준의 종합예술"이라 했다. 기능과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조건을 수용해야 하는 도시계획이야말로 다른 어떤 예술보다도 높은 수준의 창조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서울을 위시해서 전국적으로 도시개조 바람이 불고 있다. 포항도 그 중 한 도시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도시의 이곳 저곳에 파편화된 기념물들을 세우는 것이다. 이는 도시 지도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명품도시는 임기내 단시간에 적은 예산을 들여 창조해내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시브랜딩의 시작은 무엇보다 정체성의 재해석에서 출발한다. 도시 브랜딩의 4가지 요소를 4M이라 하는데, 거대(Magnus), 기적(Miracle), 즐거움(Merriment), 의미((Meaning)다. 여기에 2S즉, 상징(Symbol)과 이야기(Story)가 곁들여 지면 금상첨화다. 포항시가 포항운하를 열고, 영일만에 영일대를 만들고, 이곳 저곳에 기념물을 세우고 있는데 세계적인 명품도시로서의 꿈과 이야기가 담길 수 있는 지 깊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이 명품도시는 우리 당대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구겐하임 미술관을 가진 스페인 빌바오, 위대한 예술가 가우디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처럼 세계인이 눈을 휘둥그레하게 할 담대한 설계가 필요하다. 대를 이어 살아갈 지역민과 지역기업이 함께 그렇고 그런 기념물이 아닌 인간과 예술성을 존중하는 100년대계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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