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지역의 바닷물 온도가 주변 수온보다 5℃ 이상 낮은 찬물대가 형성되는 것을 냉수대라 한다. 주로 동해 연안에서 6월말부터 8월말까지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가 소멸하기를 반복하는데 냉수대가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동해 연안의 냉수대 발생 원인은 두 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하나는 동해안의 경우 수심이 매우 깊어서 표층 수온과 해저 수온의 차이가 크다. 뱃사람들이 '서마바람'이라 부르는 남서풍이 계속 불면 표층의 해수를 밀어내게 되고, 그 영향으로 바다 밑의 찬물이 상승해서 냉수대가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을 용승현상(湧昇現象)이라 한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북한 해류의 남하다. 특히 울진 위쪽 바다의 경우 인공위성 관측 결과 10℃이하의 차가운 북한 한류가 내려와서 냉수대를 형성하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2007년 8월 12일 울진군 근남면 진복리 앞 바다에서 잠수복을 입은 4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숙련된 잠수부가 죽은 원인은 심장마비였다. 잠수부가 숨진 당일 울진 지역 앞 바다에는 표층 수온이 11℃까지 내려간 냉수대가 형성돼 있었다. 이처럼 수십년 경력의 잠수부도 냉수대의 영향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냉수대가 형성되면 난류성 어종의 어장 형성이 되지 않아 어민들의 속을 타게 한다. 특히 난류성 어종인 멸치떼가 찬 바닷물에 밀려나 먼 바다로 사라지기 때문에 멸치잡이 어민들이 조업에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또 멸치를 먹이로 하는 오징어 역시 먹잇감인 멸치가 사라지면서 경북 동해안에서 함께 자취를 감추게 된다. 냉수대 피해는 이뿐 아니다. 해상가두리양식 등 양식어민들도 노심초사다. 수온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어패류의 질병 발생이 잦아지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갑자기 냉수대가 사라지면 어패류의 집단폐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냉수대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꼭 해수욕 철에 발생해서 동해안 해수욕장의 경기를 냉수대 수온만큼이나 뚝 떨어뜨린다. 바닷물이 차가워서 발을 담그기조차 어려운 지경이기 때문에 해수욕 손님을 쫓아 버리는 역할을 한다. 최근 동해안에 냉수대 주의보가 내려졌다. 어려운 시기에 해수욕장의 한철 장사라도 잘 돼야 서민들이 먹고 살 수 있을 텐데…. 하루빨리 냉수대가 사라져서 동해안이 달아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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