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들에겐 다른 집단 보다 특별히 엄격한 규율이 있다. 기독교의 일파인 아미시(Amish)는 문명사회에서 벗어나 지금도 엄격한 규율에 따라 18세기말처럼 살아간다. 이들은 근면과 검소, 성서에 대한 절대복종의 규율을 지켜야 한다. 이들의 종교 지침에는 옷차림과 마차의 색깔은 물론, 가정에서 남녀의 역할 등 생활 전반의 원칙들이 세세히 정해져 있다. 외지인과의 결혼은 물론 피임과 낙태가 금지되고, 이혼을 하면 공동체에서 추방된다.

이슬람 신도들도 '할랄(halal)'이라는 쿠란에서 허용한 음식만 가려서 먹는 규율이 있다. 짐승은 머리를 메카를 향해 눕히고 기도를 한 다음 단칼에 고통 없이 목을 쳐 피를 모두 뺀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근거한 할랄은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의 총칭이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이다.

한국 불교에서도 엄중한 규약이 있었다. 1947년 문경 희양산 봉암사에 성철, 청담, 향곡, 법전 등 소장 스님들이 모여 불교 혁신을 논의했다. 그 유명한 '봉암 결사'다. 1950년 3월 한국전쟁 직전의 혼란으로 중단됐지만 조계종단 재건의 이념적 기초가 됐다. 이들은 '공주강칙(共住綱則)'이라는 18개 조항의 행동지침을 만들었다. △부처와 조사의 가르침 이외의 각자 사견은 절대 배척한다. △생활에 필요한 물품은 자급자족 한다. △앉는 차례는 비구계 받은 순서로 한다. △매일 두 시간 이상 생활에 필요한 노동을 한다 등이다. 성철스님은 규약을 어기는 스님이 있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사정없이 몽둥이로 다스렸다.

지난달 조계종 종단쇄신위가 출가 수행자의 생활 규범인 청규(淸規)를 공개했다. 육식을 금하고 고급음식점 출입을 금하며, 개인 명의의 부동산 소유나 주식·펀드투자도 금하는 내용이다. 승랍에 따라 자동차 배기량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이채로운데 도박·음주·흡연에 대한 규정은 없다. 지난해에 백양사 승려들의 도박·음주 파문이 있었고, 최근에는 오어사 전 주지 장주스님의 조계종 고위급 승려들이 도박을 했다는 폭로가 있었다. 중생의 습기(習氣 습관으로 형성된 기운이나 습성)를 버리지 못한 스님들의 행동을 바로잡으려면 청규에 도박과 음주, 흡연에 대한 엄격한 규정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승풍(僧風)의 일대 진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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