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오헤어공항의 터미널 한 코너에 빛바랜 전투기 한 대와 군인 동상이 전시돼 있다. 동상의 주인공은 이 전투기의 조종사 오헤어다. 그의 고향 일리노이주의 주민들은 그의 용감한 행동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공항이름도 '오헤어공항'으로 지었다. 2차대전 때 미 해군 전투기 조종사 오헤어 대위는 남태평양 출동 항공모함 렉싱턴호에 배속되었다. 어느 날 미국남태평양함대는 일본 함정과 수송단이 솔로몬 군도 서북방 라바울항에 정박해 있다는 첩보를 입수, 그 곳으로 출동했다. 라바울로 출동 중 일본해군 쾌속정에 발각돼 일본 쾌속정은 격침시켰으나 그 와중에 미 함대의 위치가 일본군에 알려졌다. 일본군에 위치가 탄로난 사실을 몰랐던 미함대 사령관은 모든 전투기에 라바울항 출격명령을 내렸다. 항공모함서 이륙한 오헤어대위는 비행중 비행기기의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 편대장에게 보고했다. 편대장으로부터 '함대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받고 함대로 귀환 중 미국 함대 쪽으로 날아가는 9대의 일본 폭격기를 발견했다. 오헤어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3가지였다. 그 하나는 동료 전투기 편대를 불러 일 폭격기와 싸우는 것. 그러나 그러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두 번째는 소속 항공모함에 적기 출현사실을 알려 대책 강구를 요청하는 것. 하지만 항공모함엔 한 대의 전투기도 남아있지 않아 대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나머지 한 방법은 혼자서라도 일본 폭격기와 싸우는 것이었다. 오헤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 방법 밖에 없었다. 오헤어는 이것저것 생각하고 망설일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일본 폭격기 편대에 돌진했다. 일본 폭격기를 향해 50㎜구경 기관포를 난사, 5대를 격추시킨 뒤 탄약이 바닥나 비행기로 육탄공세식 좌충우돌 필사적으로 대항하자 나머지 일본 폭격기들은 도망쳤다. 오헤어는 만신창이가 된 비행기로 항공모함에 귀환했다. 한 군인의 헌신적이고 기민한 대응이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함대를 구했던 것이다.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경제팀이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경제 현안에 대해 기민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 오헤어 같은 기민한 참모가 아쉽다. 대통령은 오죽 답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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