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기 대구 청각·언어장애인 복지관장

청각이나 시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런데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어려움은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런 유형의 장애를 시청각장애(Deaf-blind)라고 말한다.

우리 주변에는 드물지만 이러한 이중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가끔 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한 삼중고를 이기고 훌륭한 일을 많이 한 헬렌켈러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람이지만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키릴 악셀로드(Cyril Axelrod·71) 신부도 청각을 상실한 후 나중에 시각마저 상실하고도 천주교회의 사제로써 소임을 다하는 가슴 뭉클한 인간승리의 모습을 보여 준다.

시청각장애인은 장애정도에 따라 ①시각과 청각 모두 전혀 활용할 수 없는 '전맹전농인', ②잔존청력의 활용은 가능하나 시력은 활용할 수 없는 '맹난청인', ③반대로 잔존시력 활용은 가능하나 청력 활용이 불가능한 '저시력농인', ④시력과 청력 모두 잔존하는 '저시력난청인'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장애의 발생 시기나 발생 순서에 따라서는 ①헬렌 켈러처럼 생후 조기 또는 출생 시부터 시청각장애를 가지게 된 '선천성 시청각장애인'과 ②청각장애인이 중도에 실명해 시청각장애인이 된 '청각베이스 시청각장애인', ③시각장애인이 중도에 실청해 시청각장애인이 된 '시각베이스 시청각장애인' 그리고 ④비장애인이 시력과 청력을 모두 상실해 시청각장애인이 된 '중도 시청각장애인' 등으로 분류된다.

시청각장애인은 이동과 정보 습득이 제한되고 무엇보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주로 사용하는 의사소통 수단은 ①손가락 점자(finger braille), ②촉독 수화 및 접근 수화, ③손가락 문자(finger spelling), ④손바닥 문자(print-on-palm), 등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시청각장애인을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으나, 미국의 경우에는 시각장애나 청각장애와 달리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시청각장애인인 후쿠시마 사토시 교수가 지난 1981년 대학을 진학하고자 할 때, 이를 지원하는 단체가 설립된 후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지원 활동이 시작되어 1991년 '사회복지법인 시청각장애인협회'가 설립되었고 일본 내 대부분의 도도부현(都道府縣)에 시청각장애인 단체가 결성되어 이들 단체들이 시청각장애인에게 통역·활동도우미를 파견하고 직업재활을 지원 하고 있다 .

미국의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국립헬렌켈러센터(HKNC)는 1969년 국회에 의해 만들어져 헬렌켈러 서비스 회사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는 시청각장애인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 여러나라의 통계치로 볼 때, 대략 인구 1만 명 당 한 명 꼴로 시청각장애인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이를 우리나라의 인구수에 적용해 보면 약 5천여 명의 시청각장애인이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노인인구의 증가로 인한 시청각장애인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우리나라에도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복지제도가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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