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수필가

신문에 칼럼을 오래 연재하다 보면 가끔씩 환상같은 생각을 해본다.

신문, 방송에서 범죄와 사건을 전혀 볼 수 없는 날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하고,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연속된 사건들 그것을 바라보는데 감각마비 같은 것을 느껴 모방범죄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 때문이다.

사회정화 차원에서 흉악한 범죄사건은 보도가 되지 않았으면 하고 희망해 본다. 루이스 보르헤스 라는 사람이 말했다. "이 세상 죄중에서도 가장 큰 죄는 행복하게 살지 못한 죄이다"라고 말했다.

공감한다. 우리 모두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울 때 행복이 깃든다고 생각하기에 더 많은 소유에 올인한다. 그리고 그 사유에 구속돼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어 버린다.

인정없는 세상은 그렇게 시작되고 사회악이 만들어 진다.

내가 칼럼을 쓰는 것을 부드럽고 순한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고 희망하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의 불의불성실함에 대한 분노 권력과 지식의 독선에 대한 비판, 아름다운 미담에 대한 격려, 살만한 세상만들기에 훈수 등 날카롭고 예민한 시선과 생각으로 편견없는 진단을 해야 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잘못된 글에 대한 해악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맑은 생각과 글 읽기를 고행처럼 정진해야 할 의무감을 가져야 폭넓은 이해력 부족에서 일탈하고 부족한 상상력과 문장 유려함의 결핍, 사물에 대한 부실한 통찰을 해소할 수가 있음을 깨달아야 독자들에게 읽힌다는 사실이다.

부족함이 많은 내가 제 앞가림을 생각하면 한줄도 쓸 수가 없을 것이다. 남의 인생과 삶을 들여다 보기에는 무한의 도덕성을 요구 받는다.

칼럼은 활어(살아있는 생선) 같아야 한다. 이미 빛이 바랜 사건 이야기나 철 지난 계절 이야기는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글을 다듬고 알찬 내용의 전개를 위한 정성이 내겐 수양의 시간이 되고 공부가 되는 것이기에 자신의 가치기준에 조심을 기해야 함은 당연하다.

언급한 문제에 대한 대안제시도 객관성을 가져야 한다.

지식 취득을 위한 최고의 수단은 읽기다.

읽기는 버릇처럼 생활화해야 하고 칼럼은 시대의 증언이기도 해 깊이 있는 혜안으로 세상을 평가해야 한다.

왕조시절 사초를 기록했던 사관들처럼 성의있고 정성스럽게 사실에 접근해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불멸의 가수 존 레논이 한 말인데, 내겐 명언처럼 기억되는 말이 있다. "당신이 저편에서 다른 계획을 세우는 사이 이편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바로 인생이다" 라고 했다. 그가 살아생전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말의 능력이 된다.

오늘도 칼럼소재와 문장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나는 행복하다.

갈고 정진하다 보면 명 문장 하나 건져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속에 오늘도 원고지 앞에 앉아 있다.

우리 모두가 칼럼을 쓰는 정성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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