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울음소리(しずかさや岩にしみ入る蟬の聲)'. 일본 에도시대 시성으로 불리는 마쓰오 바쇼가 1689년에 남긴 하이쿠다. 매미소리가 야문 바위에 스민다니, 맴맴 우는 매미의 울음이 얼마나 강렬하게 들렸으면 이렇게 노래했을까.

매미의 울음소리가 도시에서도 밤낮 없이 귀가 따가울 정도다. 어릴 때 산에서 우는 매미는 대부분 몸집이 작은 참매미였는데 요즘 도시에서 우는 매미는 대부분 말매미다. 울음소리도 참매미는 '맴맴맴 매'하고 쉬어가며 울었는데, 말매미는 '짜르르르'하며 끊임없이 울어댄다. 매미는 여름 한 철 2주 남짓 생을 위해 5~7년, 길게는 17년의 땅속 유충기를 보내고 번데기로 되었다가 껍질을 벗고 성충이 된다. 아마도 이런 긴 기다림 끝에 짧은 생을 살아야하는 애통함 때문(?)에 밤낮 없이 울어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그 소리가 밉게만 들리지 않는다.

옛날 사람들은 매미의 빼어난 목소리를 닮으려 하기도 했다. 순조 때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여염집 아녀자들이 매미를 구워 먹는 풍습이 있었다. 매미를 먹으면 목소리가 청아하고 좋아지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이는 유사한 것끼리는 유사한 효력이 있다는 유감주술(類感呪術)이 작용한 것이다. 속어(俗語)에 술집 여인을 매미라 함도 그들이 노래를 하기 때문이다."라 기록하고 있다.

매미는 또 선비를 닮은 오덕(五德)을 가졌다 해서 유교 전통에서 높이 치는 곤충이다. 곧게 뻗은 긴 입모양이 선비의 갓(冠)끈 같아 글월(文)의 뜻이 있는 일덕(一德), 이슬만 먹고살아서 말고 깨끗한 청빈함(淸)이 이덕, 사람이 먹는 곡식을 먹지 않는 염치(廉)가 삼덕, 다른 벌레들처럼 굳이 집을 짓지 않고 나무 그늘에서 사니 그 검소함(儉)이 사덕, 철에 맞추어 허물을 벗고 틀림없이 울며 절도를 지키는 그 믿을만함(信)이 오덕이라 했다. 이 같은 매미의 오덕을 닮으려고 조선시대 임금은 매미 날개 모양의 익선관(翼蟬冠)을 썼다. 요즘 정치인들은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 매미 소리를 들으면서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 정치인들이여, 매미의 오덕 중에서 염치와 믿음의 두가지 덕이라도 배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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