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체제 내부적 권력강화 노려

문장순 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북한이 분주하다. 7월 27일 조국해방전쟁전승 60주년 기념을 위해 대규모 집단체조, 최대 규모의 열병식,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개축공사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집단체조인 '아리랑' 을 공연 개막했고 전시회, 체육대회 등 각종 문화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행사 준비 비용도 1억5000만 달러(약1,650억 원)로 추산되고 있다. 2013년 북한의 예산이 65억불 수준에 비교하면 국가 예산의 약 2.5%에 해당한다. 이 행사에 북한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전 .

물론 북한은 7월 27일 정전협정 조인일을 이전에도 중요시하기는 했다. 북한은 정정협정문에 서명함과 동시에 6·25를 미제국주의자의 침략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이 승리한 조국해방전쟁으로 명명했다. 1973년 7월 27일에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일로 지정하여 경축행사로 진행하도록 하다가 1996년부터는 아예 국가명절로 지정했다.

북한은 처음부터 정전협정일로 부르지 않고 전승기념일로 명명했다. 1953년 7월 27일 김일성이 당사자가 되어 서명한 협정문에는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북한은 조국해방전쟁전승일로 부르고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6.25는 남한을 비롯한 제국주의가 북한을 침략했고 북한은 이를 방어한 성공적인 전쟁이라는 것이다.

이미 6.25전쟁이 북한에 의한 남한 침략이라는 사실이 국제사회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한때 1980년대 우리 사회에서도 남한의 북침이라는 논리가 영향을 미친 적이 있지만 구소련의 붕괴 이후 각종 기밀문서들이 공개되면서 더 이상 북침설이 존재할 여지가 없어졌다. 그럼에도 북한은 주민들에게 남한과 미제국주의자들의 북한 침략을 지속적으로 주입시키고 있다.

더구나 북한이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명명하는 이 자체도 참으로 우습다. 북한의 주장한 대로 남한과 미 제국주의가 먼저 침략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북한은 일종의 방어 전쟁이 된다. 단순 방어 전쟁에서 전쟁의 목적을 제시할 수 있을까. 침략을 당하는 측에서 어떻게 전쟁의 목적을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겠는가. 조선해방전쟁은 제국주의로부터 남한 해방을 의미한다. 용어 자체에서 전쟁의 명분과 목적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남한이 일으킨 전쟁에 방어를 해야 했던 북한이 조선해방이라는 전쟁의 목적을 내세울 수 있겠는가. 북한이 일으킨 전쟁이기 때문에 조선해방이라는 전쟁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북한은 조국해방전쟁승리라는 자기 모순적 논리를 주장할까. 남한이 일으킨 전쟁인데 그 전쟁이 남한 해방전쟁이라고 주장하는 이 이율배반적인 궤변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것이 바로 북한체제가 지닌 특성이다.

북한은 이번 행사를 통해 북한 체제의 우월성, 내부적 결집력 강화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정전협정 60주년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거대규모의 행사가 더욱 필요하다.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과 권력 강화를 위해서다.

정전협정이 정치논리에 의해 재해석되고 권력구축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보다 전쟁을 방지하는 평화적인 행사로 만들어 가려는 자세를 북한에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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