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묻는다 내가 갔었던 곳을
무엇을 하였고 무엇을 얻었는가를
그러나 내 무엇이라 대답할고
누가 알랴 여기 돌아온 것은
한 개 덧없는 그림자뿐이니
먼- 하늘 끝에서
총과 칼의 수풀을 헤염쳐
이 손과 이 다리로 모든 무리를 무찔렀으나
그것은 참으로 또 하나의 육체였도다
나는 거기서 새로운 언어를 배웠고
새로운 행동을 배웠고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육체를 얻었나니
여기 돌아온 것은 실로 그의 그림자뿐이로다
<감상> 함경북도 출신 시인으로 1939년초 두만강 너머 간도로 건너간 시인의 당시 심사가 잘 나타나 있다. 항일독립운동의 현장이라는 것과 만주땅이 새로운 풍토로 느껴졌던 것이다. 다시 돌아오리라는 고국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그림자'로 비쳐지고 있다. (서지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