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무제한 방출되는
땡볕 아래 온몸으로 서서
눈 감고 삼매에 들더니
어스름 저녁이 밀려와
열린 창틈으로 은은한
달빛 습격이 시작되면
밤보다 더 깊은
네 안의 안개집은
몽우리져 일어서는
밤의 정령
스르르 문 열고 나와
눈 맞추었던 이슬 데리고
길을 나선다
<감상> 무더운 한낮이 지나고 선선한 지녁때가 되면 몸매 곱게 단장하고 다투어 피기 시작하는 달맞이꽃, 밤새도록 밤안개에 둘러싸여 은밀히 달빛을 온몸에 빨아들이며 자신의 성숙한 모습을 뽐낸다. 거기 밤이슬은 정액이 되어 맺힌다. (서지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