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에서 왔나, 북국에서 왔나,

 산상(山上)에도 상상봉(上上峰),

 더 오를 수 없는 곳에 깃들인 제비.

 ~중략~

 산제비야 날아라, 화살같이 날아라,

 구름을 휘정거리고 안개를 헤쳐라.

 땅이 거북등같이 갈라졌다.

 날아라 너희들은 날아라,

 그리하여 가난한 농민을 위하여

 구름을 모아는 못 올까,

 날아라 빙빙 가로 세로 솟치고 내닫고,

 구름을 꼬리에 달고 오라.

 산제비야 날아라, 화살같이 날아라,

 구름을 헤치고 안개를 헤쳐라.

<감상> 농촌 현실이 궁핍하다 못해 땅이 거북 등처럼 갈라졌으니 제비는 이들을 위해 비를 내리는 구름을 몰고 오라고 주문하고 있다. 박세영은 1907년 경기도 고양 출생으로 1946년 월북한 뒤로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조선작가동맹 상임위원 등을 지낸 인물로 1959년 북한의 애국가를 작사한 공로로 국기훈장을 받기도 했다. 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자유에 대한 염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진보적인 정신의 궤적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북한에서의 예술활동은 빛을 보지 못하고 한 줌 재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글 : 서지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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