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수필가

부초 혹은 부평초는 개구리 밥풀과의 수면 식물이다.

기나긴 세월 민족의 수난사와 함께한 듯한 여린 식물이라 우리 가슴을 애잔하게 하는 슬픈식물이 될 듯하다.

가수 고복수씨가 슬픔 가득한 목소리로 불러 공전의 힌트를 쳤던 '타향살이에 부평같은 내 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 노랫말은 우리들의 뇌리 한부분을 장식하고 있다.

시골장터에서 신파극이나 서커스단의 관계자들을 부초같은 인생이라 칭했다.

역마살이 끼인 듯 정처없이 전국을 유랑해야 했던 그들의 지친 삶을 부초와 동일시 했기 때문이다.

자기 의지와는 관계없이 물이 흐르는대로 흘러 다녀야 하는 불확실성을 껴안고 생존해야 하는 것이 허무를 부르기 때문이다.

안정된 생각과 생활이 보장되지 않은 부초를 바라보면서 포항 남·울릉의 국회의원 재선거를 비교해 보았다.

처음 출발때부터 문제점들을 야기시킨 당선자가 그 문제들이 빌미가 돼 퇴출이 되자 마치 무주공산이 된 듯이 너도나도 출사표를 던져 후보자 이름을 다 헤아리기가 쉽지가 않다.

개중에는 재선거를 코미디같은 난장을 만들려는 의도거나 정신건강에 의심을 느끼게 하는 돌출 출마자들도 있는 듯 해 우리들에게 정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이들도 있어 안타깝다.

정치는 장난이 아니다. 경륜과 검증이 된 후보자들이 정정당당히 승부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등장해 나 잘났다 설치는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이다.

고향을 지키며 노후한 부모를 모시고 있는 자식들은 미운 정 고운 정에 무덤덤한 나날이고, 별 대화가 없게 된다.

명절이 돼 출향한 자식들이 귀향해 선물보따리나 용돈을 집어 드리고, 위로의 멘트를 드리면 그 자식들이 세상에 없는 잘난 자식이 돼 동네에 효자로 소문이 만발하게 되고 오래 부모를 모시던 자식은 바우가 되듯이 선거판에도 똑같은 상황이 그려진다.

지방을 지키며 경륜과 검증을 거치며 입후보한 사람은 모든 것이 노출돼 평가에 인색하게 되고 우리가 지켜볼 수 없는 타지에서 그럴듯한 스펙을 들고 어느날 '짠' 하고 등장하면 많은 면죄부가 주어지는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병석 국회부의장이 말했다. 고향을 지켜왔고, 행적검증이 가능한 젊은 후보가 공천돼야 한다고. 시민의 한사람으로 그 말에 동의한다. 부초가 돼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모를 사람이 자신의 입신을 위해 쌓아온 노력을 마치 고향을 위해 몸바쳐 온 것처럼 몰염치함을 보일때 실망밖에 남는 것이 없게 된다.

재선거를 유발한 실수를 기억하자. 오랜 시간 함께 울고 웃고 한 조강지처가 제일이다. 부초가 고향을 지키는 노거수가 될 수가 없다. 목적이 달성되거나 실패를 해도 부초처럼 떠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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