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읽을 만한 책' 선정

철학자 아빠의 인문육아권영민 지음 추수밭 출판

엄마의 미국 유학으로 아무 준비 없이 육아를 전담하게 된 초보 아빠는 '내가 아이를 잘 기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부랴부랴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육아서를 섭렵해 보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건강하고 똑똑하게 잘 기르는 것 이상의 뭔가 남다른 육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787일째 되는 날부터 아빠는 인문 육아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9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된 '철학자 아빠의 인문 육아'는 이 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아빠는 철학자다. 해석학자 폴 리쾨르에 관심이 많아 그의 철학의 뿌리인 현상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아무리 철학하는 아빠라도 육아가 쉬울 리 없다. 처음부터 난관의 연속이다.

아이는 무슨 말에도 '싫어, 싫어'만 연발하고, 느닷없이 반찬통을 엎고, 중국집에서 뜬금없이 치킨을 내 놓으라 떼를 쓰고, 심지어 아빠 얼굴에 손까지 올라온다. 물론 '사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빠는 아이가 언어를 배워가는 모습에 감탄하고, 신날 것 없어 보이는데도 '신난다'를 외치며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고 스스로 오랜 세월 잊고 살았던 경이의 감정을 되살린다. 아이 손바닥에 난 상처에 심장이 덜컹하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온몸으로 견뎌내느라 틱 증상을 보이는 아이에게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이 책에는 철학자 아빠가 아이와 지내며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재로 인간 행동과 사고의 근원을 사색한다. 또한, 인간성의 본질을 성찰하며, 스스로의 내면에 웅크려 있는 왜소한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여기에 아이를 어떻게 똑똑하고 건강하게 키울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한 사람의 주체적 인간으로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육아란 단순히 아이를 기르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준다. 그리고 그런 육아가 될 때 비로소 아이는 보다 자유롭고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자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인문 육아'의 힘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재호)은 '9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철학자 아빠의 인문육아'(권영민·청림출판 추수밭) 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발표했다.

또한 '9월 청소년 권장도서'로 '고전이 건네는 말 1, 2'(수유너머R·너머학교) 등 10종을 함께 선정했다.

'9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된 '철학자 아빠의 인문육아'(권영민·청림출판 추수밭)는 아기를 키우면서 느끼는 일상적인 감정을 철학적인 시선으로 예리하게 분석하고, '스무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이숲·예옥)은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모습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9월 청소년 권장도서'로는 곤충학자인 저자가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생물학 이야기 '생물학 미리보기'(정부희·길벗스쿨), 희귀성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들의 내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의 이야기 '달나라 소년'(이언브라운·전미영·부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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