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로 빵을 만든다고요

△공기로 빵을 만든다고요 = 인류를 굶주림으로부터 해방시킨 위대한 과학자인 동시에 화학전을 앞장서 지휘한 프리츠 하버. 하버는 자신의 업적과 행위가 극명하게 대비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과학자다.

하버가 공기에서 만들어 낸 암모니아가 비료 또는 폭탄의 원료가 되듯 하버의 업적과 전쟁 행위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공기로 빵을 만든다고요(여인형·생각의힘)'는 하버의 생애를 돌아봄으로써 하버의 이중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그의 과학적 업적에 대해 살펴본다.

실연의 역사

또한 당시 시대적 배경에서 과학자에게 필요했던 자세와 윤리의식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고, 그 선택의 몫이 과학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독히도 열정적이고 독일을 사랑했던 하버의 삶을 마치 드라마를 보듯 글로 접할 수 있다.

생각의힘. 156쪽 1만2천원 남현정기자 nhj@kyongbuk.co.kr

세상의 모든 아침

△실연의 역사 = 2006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소설가 박주영의 첫 소설집.

수록 단편 '칼처럼 꽃처럼'에선 의문의 초대장이 날아든다. 초대장엔 이렇게 적혀 있다.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당신이 실연의 그림자 속에 있고 그것이 당신의 인생을 마비시킨 건 안다. 당신에게 남은 것은 우리와 만나는 일뿐이다.'

같은 얘기를 이렇게도 쓰고 저렇게도 쓴 초대장이 수시로 날아온다. 초대장의 발신처는 복수를 꿈꾸는 실연자들을 위한 쇼핑 사이트. 처참하게 녹아내린 초콜릿, 심장에 칼이 꽂힌 인형 같은 걸 판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상술이지만 실연의 한복판에서는 이런 것도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인생을 휘어지게도 하고 우습게도 만드는 실연의 양면, 그리고 그 양면을 오가며 사람의 진을 빼는 실연의 시간이 소설에 적나라하게 담겼다.

소설집엔 모습을 달리한 여섯 가지 실연의 이야기가 실렸다. 연애의 끝이기도 하고 인연의 끝이기도 한 이야기들이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은 그냥 포기해버리거나 미련 없이 돌아서고, 곧 잊어야 한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는 일이 있고, 그렇게 되질 않는 사람이 있다. 완전히 잊는다고 할 때 그 완전함이란 영원한 불가능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원히 불가능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라고 적었다.

문학동네. 216쪽. 1만 1천 원. 연합

△세상의 모든 아침 =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 소설. 류재화 옮김.

세속적인 명예와 부를 경멸하고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와 자연 속 소박한 삶을 추구한 음악가 생트 콜롱브의 삶에 접근한다. 콜롱브는 고악기 비올라 다 감바의 거장으로 궁정 악사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음악가의 긍지를 지켜낸 인물.

콜롱브는 제자로 맞았던 마랭 마레가 출세에 뜻이 있음을 알고 마레를 쫓아낸다. 괴팍해 보이는 콜롱브에 대해 작가는 평론가들과의 좌담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는 때때로 오직 돈만이 행복의 척도인 사회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듭니다. 제가 작품 속에서 그려보고 싶었던 인물은 예술을 사랑하면서 술도 즐기고 또 끊임없이 공부하며 정진해나가는 가운데 진정한 생의 기쁨을 느끼는 인물입니다."

1991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당시 작가의 친구이자 비올라 다 감바의 명인 조르디 사발이 음악을 맡았다.

문학과지성사. 156쪽. 1만 1천 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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