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 국제본부가 희귀한 인류의 음식문화 유산 소멸을 막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지난 1969년 '맛의 방주(Ark of Taste)' 프로젝트가 그 시작이다. '맛의 방주' 등재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우선 맛이 있어야 한다. 또 특정 지역의 문화에 깊숙히 뿌리박고 있어서 이야기, 즉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또한 소량 재배돼 멸종 위험에 처해 있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다. '맛의 방주' 등재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종자와 음식을 인류가 함께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76개국에 1천211종이 '맛의 방주'에 승선해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도 울릉도 칡소와 섬말나리 등 5종이 '맛의 방주'에 영구보존 됐다. 지역의 울릉도 특산이 2종이나 선정된 것이 뜻깊다. 울릉도 칡소는 몸에 호랑이처럼 줄무늬가 있다. 이 때문에 얼룩소나 범소라고도 불린다. 고구려 구분벽화에 누렁소, 검정소, 얼룩소가 외양간에서 풀을 먹는 모습이 나오는데, 칡소가 얼룩소의 모습이다. 울릉 칡소는 울릉도에서 나는 약초를 먹고 자라서 '약칡소'라고도 불리는데 육질이 좋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함께 방주에 보존된 섬말나리는 꽃이 아름답다. 섬말나리가 '맛의 방주'에 승선한 것이 의외라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섬말나리는 조선 고종 때 울릉도 개척령에 따라 울릉도에 도착한 개척민들이 캐 먹은 구황식물이다. 개척민들은 울릉도 나리분지에 투막집이나 너와집을 짓고 살면서 섬말나리를 캐먹고 살았다. 나리분지에 지천으로 있던 섬말나리는 지금은 개체수가 크게 줄어서 울릉군이 보호하고 있다. 뿌리는 쪄서 먹거나 갈아서 전으로 붙여먹기도 한다. 쪄서 먹으면 밤이나 고구마처럼 팍신하고 단맛이 난다.

이번에 '맛의 방주'에 제주 서귀포의 푸른 콩장, 경남 진주의 앉은뱅이밀, 충남 논산 연산의 오계(오골계)도 함께 등재됐다. 대부분 토종들이다. 우리나라 토종으로 볼 음식재료를 찾아보면 그렇게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먹거리 종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의미에서 울릉도 섬말나리와 약소가 '맛의 방주'에 승선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울릉도에 가면 섬말나리 뿌리에 콩을 섞어 만든 섬말나리 범벅을 꼭 한 번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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