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 2천포 구청에 전달 11년째 이웃사랑 실천

9일 오후 대구 수성구민운동장에서 구청 직원이 박모(95)씨가 익명으로 보내온 백미 2천포(4천300만원 상당)를 트럭에서 내리고 있다. 박씨는 지난 2003년 추석부터 신원을 밝히지 않고 불우이웃에게 쌀을 전달했다. 수성구청 제공

얼굴없는 천사, 수성구 키다리 아저씨의 선행이 올 추석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9일 오후 3시 수성구민운동장에서는 수성구청 직원들이 연신 땀을 닦아내며 백미를 날랐다.

11년째 신분을 밝히지 않고 나눔을 실천해 온 키다리 아저씨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백미 2천포(10kg)를 수성구청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키다리 아저씨는 "저소득주민, 사회복지관, 경로당, 저소득보훈가족 및 이북 5도민 등 구민 모두가 넉넉한 추석명절을 보냈으면 좋겠다"며, "내년에 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는 말만 남기고 홀연히 발길을 돌렸다. 이북이 고향인 키다리 아저씨는 올해로 95세가 됐다.

수성구청과 인연을 맺은 지는 지난 2003년부터 벌써 11년째다.

2003년 쌀 500포(20kg) 전달을 시작으로 그 동안 백미 10kg, 약 2만여 포를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남몰래 후원하는 등 나눔의 참사랑을 실천해 오고 있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자신의 선행을 한결같이 드러내지 않고 남다른 이웃 사랑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키다리 아저씨야 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나눔 실천가"라며 "이 같은 특별 기부문화가 수성구에 널리 퍼져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 아름다운 수성구를 만드는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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