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전'에 '시민여상(視民如傷)'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백성을 살피기를 아픈 사람을 돌보듯 하라'는 뜻의 애민정치(愛民政治)를 가르키는 말이다. 진(陳)나라는 초나라와 오나라 사이에서 줄다리기 외교를 펼치고 있었다. 오나라 왕은 초를 공격하겠다며 진나라에 도움을 요청했다. 출병전 진나라 왕은 신하들을 모아놓고 이 일에 대해 의논을 했다. 봉활이라는 신하가 오나라의 요청을 거절하고 오히려 조나라와의 관계를 두텁게 할 것을 왕에게 건의했다. 그 이유에 대해 봉활은 이렇게 말했다. "나라가 흥하려면 백성 보기를 아픈사람 대하듯 해야합니다. 이는 그 나라의 복입니다. 그러나 나라가 망하려면 백성을 흙과 풀처럼 가볍게 여깁니다. 이는 그 나라의 화입니다. 원래 덕망이 없는 오나라는 전쟁을 자주 일으켜 죽은 사람의 뼈가 여기저기 뒹굴어 덕망의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오의 요청을 거절해야 합니다."진나라 왕은 봉활의 진언을 따라 나라를 온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

진나라를 공략할 마음을 가진 초나라 장왕은 첩자를 시켜 진나라의 사정을 살펴보고 오라고 했다. 첩자가 돌아와 장왕에게 보고했다. "진나라는 성곽을 높이 쌓고, 구덩이를 깊이 파 방어태세가 견고했습니다. 그리고 군량미도 충분히 비축하고 있었습니다. 공격할 때가 아닌것 같습니다." 하지만 첩자의 보고를 다 듣고 난후 장왕은 "이 때가 공격할 기회다."며 진격 채비를 서둘렀다. "성곽을 높이 쌓고 구덩이를 깊이 파느라고 국민을 동원, 혹사시켜 국민들이 지금 기진맥진 돼 있을 것이다. 군량미가 충분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그만큼 많이 거둬들여 국민의 원성이 가득한 증거다."초나라가 진나라를 정벌한 '초가벌진(楚可伐陳)'의 고사다.

이 두 고사는 국민의 고충을 가볍게 여기는 정치의 말로를 경고하고 있다. 노무현정부 시절 '세금폭탄' 문제로 국민의 원성이 한창일 때 "세금폭탄 아직 멀었다"는 김병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협박성 발언이 원성에 더욱 불을 질렀다. 최근 세제개편에 대한 국민의 거센 역풍은 "거위에서 고통없이 털을 뽑으려고 했다"는 청와대 경제수석의 분별없는 말이 한몫했다. 국민을 가볍게 본 응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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