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정기자가 만난 문화인…국립오페라단 ‘처용’ 주연 성악가 우주호씨

성악가 우주호

지난 6~7일 울산 처용제에 국립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처용'이 관객과 마주했다. 창작오페라 '처용'의 주연 중 '역신'역으로 무대에 오른 중견 성악가 우주호(46)씨를 만났다.

포항 출신인 우 성악가는 '극장을 떠난 바보 같은 음악가'를 자처하며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 이번 울산 무대에 오른 창작오페라 '처용'은 우리 지역 향가 '처용'을 이야기한 것 같다.

- 맞다. 처용설화를 바탕으로 27년 전 이영조 선생께서 작곡한 작품이다. 가실, 처용, 그리고 제가 맡은 역신의 삼각관계를 통해 통일 신라의 가장 타락한 모습과 인간의 도덕성, 타락성 그리고 회복성을 주제로 한 오페라다. 27년 전 당시에는 어렵다고 평가돼 현대에 이르러 리바이벌 한 것이다. 의상이나 현대감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27년 전 합창단원으로 무대에 올랐었다. 올해는 오페라 주연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니 감회가 새롭다.

△ 우주호의 '역신'은 어떤 캐릭터인가.

- 나쁜 역이다. 가실을 사랑하기 때문에 처용의 모든 것을 반대하는 캐릭터다. 타락된 통일신라를 구원하려는 의지를 꺾고, 계속 실망시키고, '가실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은 내 손안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표현이 직선적이고 의상도 애꾸눈으로 사악한 모습으로 나온다.

△ 노래 한 대목을 부탁하자.

- 대중들과 함께하는 한 대목이 있다. '모두들 알잖아…이 가슴이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이 당신들이 원하는 것이다. 태양은 사라지고 악적인 요소들만이 남아 있다…'

△ 이태리에서 공부한 것으로 안다.

- 포항이 고향이다. 죽도동에서 태어났고,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포항에서 살고 있다.

이태리 로마에서 젊은 청년시기를 다 보냈다. 14년을 이태리에서 활동하다 2004년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만 10년이 됐다.

지금은 서울을 중심으로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처용'에서 주연을 한 것을 비롯해 조만간 'K-오페라'라는 타이틀로 세계투어를 할 것 같다. 또한 대구시립오페라단에서 '운명의 힘'과 대전오페라단에서 '토스카'를 가을에 준비 중이다.

△ '극장을 떠난 바보 같은 음악가'라고 별명이 있던데… 어떤 의미인가?

- 처음에 한국에 돌아 왔을때 클래식계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듣게 하는 시스템이었다. 재능기부를 하고 싶은데 길이 막혀 있더라. 무대를 떠나 순수한 마음으로 '바보' 철학을 가지고 재능을 기부하고자 고민을 많이 했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선을 없애는 기회를 만들어 노력하다 보니 '극장을 떠난 바보 같은 음악가'라는 명칭이 생긴 것 같다.

△ 지역에서의 재능기부 무대는 없었나.

- 아니다. 전국적으로 하는 일이다. 2004~5년부터 지금까지 1년에 80회 씩은 한 것 같다. 심지어 해남이나 보길도 등을 비롯해 포항에서도 여러 무대에 올랐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지역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한국 음악은 높은 수준에 와 있다. 이제는 한국음악을 창작해 다시 세계로 나가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사실 창작오페라가 100여편이 넘는다.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창작오페라페스테벌'을 고향인 포항에서 하고 싶다. 세계인 성악가들이 포항에서 노래와 연주를 하고 그것을 통해 지역문화가 발전되고, 지역 경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창작오페라페스테벌'을 여는 것이 꿈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