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머리를 들어 산에 걸린 달을 바라보다가/ 다시 머리를 숙여 고향을 생각한다(擧頭望山月 低頭思故鄕)" 달을 바라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당나라 시선(詩仙) 이태백의 마음이 달빛처럼 은은하다. 최치원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마음을 "창 밖엔 삼경인데 비 내리고/ 등잔 앞에 앉아 있는 내 마음은 만리를 달린다(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고 읊었다. 나훈아는 노래 '머나먼 고향'에서 "한 잔 술에 설움을 타서 마셔도/ 마음은 고향 하늘을 달려간다"고 불렀다. 이처럼 과거를 회상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를 영어로 '노스텔지어(nostalgia)'라 한다. 이 말을 만든 사람은 17세기 스위스의 한 의사로 그리스어의 '돌아감'과 '아픔'을 뜻하는 단어의 합성어이다. 이 말은 특정 장소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고통을 의미했다. 유럽 여러 나라에 용병으로 나가있던 스위스 청년들은 고향이 그리워 소리내어 울거나 불면증, 불안증, 식욕감퇴 등에 시달렸다. '노스텔지어'는 스위스 용병들이 고향과 가족을 떠올리며 아파하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2006년 영국, 네덜란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로 구성된 연구진이 노스텔지어 기억을 처음으로 과학적인 분석을 했다. 연구 결과 노스텔지어 기억은 대부분 즐거운 내용으로 회상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때문에 노스텔지어는 근본적으로 긍정적 감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해 영국의 사우스샘프턴대 사회심리학자들도 노스텔지어가 사회적 소속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실험을 했다.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능력, 자신의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는 개방성, 친구를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태도 등을 평가한 결과 노스텔지어 감정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이러한 사회적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능이 서구문화 뿐만 아니라 동양사회에서 보편적 현상인지 확인하기 위해 중국 심리학자들과의 합동연구 결과 중국에서도 노스텔지어가 사회적 결속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련의 연구결과 노스텔지어는 사회적인 화합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었다. 추석의 노스텔지어 물결을 탄 민족 대이동은 우리사회 대통합의 대활력소 구실을 한다. 그래서 추석 고향길은 더 값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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