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베이비부머세대는 6·25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올해 만 49∼57세인 713만명을 이른다. 이들은 어릴 때는 전쟁의 여파로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다. 청년기에는 군부독재와 맞서는 한편 경제부흥을 위해 분골쇄신했다. 잠시 물질적 안락을 누리나 했는데 IMF직격탄을 맞아 대부분이 엄청난 타격을 받았고, 이제 은퇴기를 맞아서는 세계적 경기불황과 직면하고 있다. 이들은 부모를 모셔야 하고, 아직 건사해야할 자식이 있는 '샌드위치 세대'다. 이같은 어려움을 반영하듯 베이비부머세대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01년 18.3명에서 2011년 40.6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치킨사업 창업이 급증, 경쟁이 격화돼 그야말로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국내 치킨집 수가 3만6천여곳에 달하고 전체 매출액이 3조1천억원이나 된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국내 치킨 비즈니스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0대의 치킨사업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50대의 10년(2000~2011년)간 치킨사업 증가가 2배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치킨집 뿐 아니라 편의점이나 의류점, 소규모 한식당, PC방 등 생존율이 극히 낮은 '생계형 자영업'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업종은 3년 생존율이 30%도 채 되지 않는다.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 베이비부머들이 너도나도 빚을 내 치킨집 등 외식업에 뛰어들어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한국 대기업들이 대부분 사원을 50대에 해고하는 반면 연금체계는 열악해 기업에서 밀려난 베이비부머 가운데 상당수가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치킨집이나 피자집을 열고 있다고 소개했다. WSJ은 폭증하는 음식점들이 대부분 빚을 내 탄생하기 때문에 한국의 가계부채가 가처분소득의 136%로 미국의 103%를 크게 앞서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이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의 140%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생존을 위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한국 베이비부머세대의 서글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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