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 무한 시간속 유한한 존재, 죽음 향해 가는 인생이지만 의미 있는 삶 살아가야해

박인기 대구청각장애복지관장

버킷 리스트 (bucket list) 라는 영화가 있다. 2008년도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인데 주제는 삶이 의미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는 것이다.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는 카터는 병원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상태에서 대학 신입생 시절에 철학교수가 과제로 내준 버킷 리스트를 46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음미한다.

버킷 리스트라는 과제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묻는 과제였는데 젊을 때는 대통령이 되겠다든가 부자가 되겠다든가 암튼 굉장한 꿈들을 생각했지만 막상 죽음을 눈앞에 두고 보니 그런 것들이 다 흘러간 꿈에 불과하다는 허무감에 빠진다. 그때 우연히 재벌 사업가 에드워드가 같은 병실에 입원한다. 에드워드는 버킷 리스트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기껏해야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최고급 커피를 마시는 것 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런데 에드워드 역시 시한부 인생의 선고를 받는다. 너무나 다른 환경의 두 사람이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고 싶은 공통점을 발견하고는 두 사람이 함께 병실을 나와 버킷 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다.

그들이 만든 버킷 리스트는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서, 스카이다이빙, 눈물이 나도록 웃어보기, 가장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이런 개인적이고 일회성의 소박한 꿈들이다. 에드워드는 자가용 비행기를 몰 정도로 충분한 재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들의 꿈은 하나씩 이루어진다. 리스트에는 화장한 재를 경관이 아름다운 곳에 묻고 싶다는 사후의 소망도 담겨있다. 목록을 지워 가기도 하고 추가하기도 하면서 두 사람은 많은 것을 나눈다. 인생의 기쁨과 삶의 의미도 새기고, 짧은 만남이지만 진한 우정 속에 웃음과 기쁨도 있다. 그러나 시간은 그들을 더 이상 그러한 기쁨과 웃음 속에 살아가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이윽고 카터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이어서 에드워드도 세상을 떠난다. 그들의 리스트에 담긴 소원대로 유해는 화장되어 작은 깡통에 담겨 히말라야 정상에 안치된다.

나에게 만약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확실한 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의 삶을 무거운 짐처럼 지고 죽음을 향하여 가는 그런 나그네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사실 모든 존재는 죽음을 향한 존재이다. 시간은 무한하지만 그 시간 안에 있는 모든 존재는 유한하다. 무한한 시간 안에 있는 유한한 존재? 여기에 삶의 딜레마가 있다. 인생은 결국 죽음을 향하여 가는 존재이면서도 그 안에서 실존의 의미를 찾아야 하고 삶의 투쟁을 해야 한다. 설국열차에 탄 사람들처럼 앞 칸이든 뒷 칸이든 모두 죽음을 향하여 가고 있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작은 공간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제한된 공간에서 다툼이 일어나고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공자와 맹자는 행복을 보는 시각이 달랐지만 각각 인생삼락(人生三樂)에 기대어 현재 주어진 시간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예수는 시간을 넘어선 영원의 삶을 제시했다.

오늘 아침 우리는 어떤 꿈을 버킷 리스트에 담을지 생각해 보면서 또 새로 다가오는 가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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