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상 에스포항병원 내과 과장

"운동은 좀 했나요?"

지난 여름 진료를 보러온 당뇨환자들에게 질문을 하면 "더워서 집에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지. 더워도 너무 더워."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 "할머니, 겨울에는 또 추워서 못하시겠네요."라며 시원해지면 운동하겠다는 환자의 말을 믿기로(?) 하고 당뇨관리에 있어 운동의 중요성을 한번 더 강조하곤 한다.

당뇨대란(大亂)이라 한다. 우리나라 당뇨환자들의 숫자는 증가추세에 있고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당뇨합병증을 가진 환자들 또한 증가하고 있다. 당뇨는 처음 진단받고 합병증이 없는 상태에서 치료할 때보다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일상 생활에 있어 훨씬 많은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즉, 망막질환으로 실명을 하게 되거나 만성콩팥병으로 혈액투석을 하거나 심장질환, 뇌졸중등의 대혈관합병증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한류(韓流)가 대세(大勢)라고 한다. 평소 TV에서 나오는 아이돌그룹의 노래에 관심이 없었던 필자지만 눈길을 끄는 것이 있어 물어보았다. "저기 헬멧을 쓰고 위아래로 뛰는 저 노래는 뭐니?" 요즘 유행하는 '빠빠빠'란다. 차량엔진을 연상시키는 '직렬5기통 춤'이라는 신조어(新造語)까지 첨언한 답이 돌아왔다. 한참 보다보니 당뇨를 전공하는 필자의 마음속에는 '어, 저것은 직렬5기통이 아니라 혈당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라는 직업병적 연상작용이 생기게 됐다. 식사하면 혈당이 오르고 운동하면 혈당이 내리는 당뇨환자들의 자가혈당측정에 의한 혈당의 변화를 마치 빠빠빠 춤으로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는 의미의 노래가사는 나가서 운동하는 것이 혈당관리에 도움이 되는 당뇨환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뇌졸중은 발생전후로 자신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게 된다. 평소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환자는 뇌졸중 급성기의 위험한 단계를 넘어 다행히 생명을 건지더라도 많은 후유장애를 남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하지마비등에 의해 운동장애가 발생하여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다. 그래서 외래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진료 받는 뇌졸중환자들은 혼자 움직이기 힘들어 가족을 포함한 보호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에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할 때 식이조절, 운동요법과 음주, 흡연 등 나쁜 생활습관의 조절 등의 만성질환의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면 나중에 합병증이 발생하고 나서야 환자들은 후회를 하게 된다.

만성질환의 관리는 이제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관심을 갖고 보건정책으로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과제가 되었다.

또한 한류도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방법으로서 문화정책으로서 추진하는 과제라고도 한다.

합병증으로 고생하지 않는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은 국가의 정책과 무관하게 개인의 행복에 있어 필수조건일 것이다. 굳이 헬멧을 사서 쓰지 않더라도 운동하기에도 적절한 좋은 가을 날씨에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서 운동하라는 조언하고 한류의 발전도 같이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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