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럽고 넓은 마음에서 나오는 타인을 위한 재미있는 말 한마디, 각박한 세상 행복하게 바꾸는 힘

한동식 포스코건설 플랜트사업본부 이사보

속도와 효율의 시대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은 거스를 수 없는 이 시대의 명제이며, 이성과 절제는 생존을 위한 덕목이다. 하지만 삭막하고 메마른 시기에도 우리는 늘 행복과 재미를 꿈꾼다.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익살, 해학의 뜻을 지닌 Humor는 외래어표기법상 '유머'로 표기하지만, '휴머'로 발음한다. 인간을의미하는 휴먼(Human)과 영문철자와 발음이 유사하다. 유머가 인간고유의 영역이며, 웃음은 인간에게만 부여된 조물주의 축복때문이 아닐까?

세계 3대 성인으로 불리는 석가, 공자, 예수(탄생연도 순)는 다른 시기, 다른 장소에서 활동했지만 이들의 공통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먼저 이들이 태어난 시대에도 위기와 혼란은 존재했다는 것, 그리고 세 사람 모두 사변적 논리를 넘어 인류의 현실에 주목하고 인간평등, 인간존엄을 주창한 휴머니스트(Humanist)였다는 것이다. 또한 재미있는 비유와 화법으로 무지한 대중의 이해를 이끌어낸 유머리스트(Humorist)이기도 했다. 만약 이들이 진부하고 난해한 직설화법만으로사상을 전달했다면, 많은 제자들과 구름 군중이 그 고된 여정을 함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이들의 교리는 수천년이 흐르면서 제자와 기자(記者)들에 의해 세련되게 윤색됐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추앙받는 것은 위대한 가르침 외에, 유머를 통해 휴머니즘을 설파한 수사(修辭)가 있었기 때문이다. 흔히 유머의 정수는 메타포(metaphor)라고 한다. 메타포는 숨겨서 비유하는 수사법을 뜻한다. 성인들이야말로 은유의 대가들이었던 셈이다. 이들의 유머와 휴먼사상은 고된 현실의 대중에게 더없는 위로와 안식이 됐을 터이다.

유머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위인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하이든(Franz Joseph Haydn)이다. 그의 대표작인 놀람교향곡은 연주회장에서 꾸벅꾸벅 졸기만 하던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해 주려는 유머감각에서 비롯됐다. 하이든은 유년시절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늘 유머를 잃지 않았고, 유머에서 역경을 이겨내는 힘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 유머감각을 통해 음악사에 길이 남을 걸작을 탄생시켰다. 힘들고 어려운 때 일수록 억제된 감정을 배출할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하다. 하이든에게 비상구는 바로 유머였던 것이다.

이처럼 유머는 예로부터 대중의 고뇌를 위로하고 자신의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장치였다. 유머는 필자가 근무하는 포스코건설을 비롯해 현대 기업의 리더들에게도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이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피아제(Jean Piaget)는 '유머는 갈등을 이겨내는 안전밸브'라고 정의했다. 유머는 구성원간의 소통과 신뢰를 이뤄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성인이나 위인이 아닌 이상, 메마르고 각박한 마음에서는 유머가 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너그러운 마음과 넓은 가슴이 필요하다. 인간 배려와 존중의휴머니즘이 깔려 있는 그런 포용력 말이다.

유머가 없는 사람은 펑크 난 타이어로 내달리는 차와 같다. 인생이라는자갈밭을 지날때마다 덜컹거리니 피곤한 삶이 더욱 고단해진다. 하지만 내 삶이 고단하다고 해서, 누군가 나에게 행복과 위안을안겨줄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삶 또한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오히려 내가 그 누군가가 되어 보자. 내가 던지는 유머로 인해 나와 상대방이 행복과 여유를 느낄 수 있다면, 그래서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위기극복의 의지를 일으킬 수 있다면 이 또한 위대한 휴머니즘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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