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연극단 창작극 '물고기의 귀향' 객원 연출 맡아…15일부터 공연

연출가 남미정

포항시립연극단이 올초 객원연출 체제와 함께 이윤택 연출가의 '세자매', 오동식 연출가의 '트랜스십이야' 등을 무대에 올려 한층 성장된 모습을 선보였다. 시립연극단은 오는 15일부터 올해 세번째 작품 '물고기의 귀향'으로 관객과 마주한다. 객원연출을 맞은 남미정 연출가를 만나본다.

△ 포항시립연극단 객원연출을 맡은 소감이 궁금하다. 그동안 단원들과의 호흡은 잘 맞았나

- 단원들은 이미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그 안에 내가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특히 앞서 이윤택, 오동식 연출가와 작업을 해 본 터라 유연성을 갖고 있더라. 살짝 숟가락 얻은 느낌으로 단원들과 즐겁게 작업을 하고 있다.

△ 이번 무대에 올릴 '물고기의 귀향'은 어떤 작품인가.

- 포항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사랑이야기다. '구룡포에 살았다'라는 책을 바탕으로 이윤택 연출가가 쓴 창작작품이다.

1880년대 조선말기에서 일본 식민지 시대, 1945년 해방 정국 그리고 2013년 현대까지 이어지는 구룡포의 일본인 거리를 배경으로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이야기들을 버무려 낸다. 역사 속에서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어떠한 선택을 했는지 등을 들어다 보고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1945년 구룡포에는 9월 조선의 추석이, 10월 일본인들의 중추절이 펼쳐져 함께 축제를 즐겼다. 또한 일본에서 태어난 일본인들은 표준어를 쓰지만, 구룡포에서 태어난 일본인들은 포항사투리를 쓰는 재미있는 상황이 전개됐다.

역사적 사료를 통해 그 시대 구룡포에서 일어날법한 사건들을 포항사투리로 전개한다. 때문에 관객들이 '우리이야기'로 느끼고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 극 주인공은 구룡포에서 태어난 일본인 청년과 조선인 처녀다. 이 둘이 결혼식을 올리던 날, 역사적인 상황과 동네 분위기로 봉변을 당하고 청년은 일본으로 쫓겨나게 된다.

세월이 지나 이 청년은 아내를 찾아 구룡포를 방문하지만 헛걸음만 반복한다. 청년이 어느덧 95세 백발노인이 돼서야 구룡포에 '일본인 거리'가 생기고 옛 집을 찾아 아내와 만난다는 이야기다.

92세가 된 아내의 "와 인자왔소" 대사는 노부부의 순애보와 감동을 전한다.

△ 이 작품에 숨은 메시지가 있다면.

- 구룡포의 사람들, 그들이 조선인이건 일본인이건 상관없이 인간의 진실한 감동을 전하고자 한다.

국가주의·인종주의·민족주의·혈통주의 등 우리를 지키고자하는 이념이 평범한 일상을 살았던 이들을 얼마나 힘들게했는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문제와 감정들이 있겠지만, 경계나 이념을 넘어 하나의 바다 속에서 어우러지는 물고기처럼 평화와 사랑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러한 메시지를 강하게 외치기 보다는 연극을 통해 부드럽게 편한게 즐기는 가운데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단원들의 연기력은 기대해도 좋은가.

- 단원 개개인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길 것이다. 구룡포라는 지역성 덕분에 사투리가 많은데, 남자 주인공의 고향이 구룡포다. 가장 실감나는 사투리 대사를 구사한다.

또한 창작극이다 보니 단원 스스로 공부를 많이 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역할 하나하나에 깨알 같은 재미와 위트로 담아낸다. 관객들이 친숙하게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 포항 문화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길 바란다. 한 지역만의 정서와 보편성은 세계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가장 포항적인 것으로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한 가능성이 있다.

조선인과 일본인, 그리고 미국인까지 겹치며 인간의 진실을 담는 드라마의 공간이자 세계 중심에 자리매김하는 구룡포를 기대한다.

또한 단원들과 함께 가까운 일본을 비롯해 국내외적으로 초청받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층 성장된 모습으로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관광상품화 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관람객들이 재미있게 봐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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