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와디의 아이들성장과 발전의 인간적 대가에 대하여 반비 펴냄 캐서린 부 지음 강수정 옮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이자 그만큼 불평등도 심각한 도시, 인도의 뭄바이. 뭄바이의 화려한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공항과 특급 호텔들의 그림자 뒤에는 그 성장과 발전에서 비껴난 사람들이 살고 있다.

토착민과 이주민, 무슬림과 힌두교도 간의 갈등이 곳곳에 도사리고, 전통과 현대 사이에 낀 여성들의 젠더 갈등도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고속 성장시대 특유의 한탕주의와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

동네 꼬마들도 "장미 꽃밭 사이의 똥 같은 존재"라고 자조하는 이 거대한 빈민촌 중의 한 마을 '안나와디'로 퓰리처상 수상 작가 캐서린 부가 뛰어들었다.

2007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약 4년 간 안나와디에 직접 머물면서 사람들을 만났다. 여러 인물들을 수십 차례 인터뷰하고, 3000건이 넘는 공공 기록을 조사하며 도시 슬럼가의 비통한 현실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저자는 안나와디 빈민촌에서 가난과 불행의 인간적인 초상화를 그리는 동시에, 그것을 통해 세계화가 양산한 구조적 빈곤과 불평등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지 드러내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작품의 무대인 뭄바이는 하나의 상징이다. 그만큼 발전하고, 그만큼 소외된 사람들이 사는 세계의 어느 도시이든 또 다른 뭄바이가 될 수 있다. 19세기에 찰스 디킨스가 묘사했고, 20세기에 조지 오웰이 묘사했듯, 21세기에 캐서린 부는 뭄바이라는 가장 상징적인 공간을 통해 도시에 내재한 빈곤과 불평등을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가장 통렬하게 고발하고 있다.

매일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비참한 삶 속에서도 실낱같은 희망과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소설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팩트'라는 점은 감동과 놀라움을 동시에 안긴다.

신분 승상을 위해 극우 정당의 하수인이 된 여성 아샤, 폐품 분류에 대한 천부적 재능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는 무슬림 소년 압둘, 변화하는 세상을 목격하면서도 고지식한 부모 때문에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가야 하는 운명에 절망하는 소녀 미나,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인재가 되고자 영어 공부에 매진하는 대학생 만주 등 안나와디의 구성원들은 각자의 앞에 놓인 삶을 버티기 위해 모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이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타인에게 무심한 것은 윤회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니라 고통에 공감할 여지가 없을 만큼 참혹한 삶 때문이다.

저자는 단순히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삶을 규정하는 현대사회와 자본주의의 메커니즘 또한 면밀히 분석한다. 글로벌 자본주의는 빈민촌이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으며 전 세계적 불황과 비정규직화, 무한 경쟁은 안 그래도 불안한 빈민들의 삶을 뿌리부터 뒤흔든다. 이 글로벌 자본주의가 어떻게 안나와디 빈민들을 삶을 위태롭게 하는지, 안나와디의 주민들이 이 험난한 시대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헤쳐 나가는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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