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가진 다양한 문화요소, 경제적 가치로 승화시켜 미래시대 변화에 대응해야

이재원 푸른문화연대 이사장

정치와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치'와 '경제'라는 두 단어를 합한 '정치경제'가 하나의 보통명사로널리 인식될 정도니 말이다. 그리고 자유시장경제체제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문제'는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항상 시대적 과제로 자리매김 해왔다.

지난 1992년 미국대선에서 빌 클린튼 민주당 후보는 TV토론에서 장황하게 정책을 설명하는 조지 부시 공화당후보에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한 마디로 기선을 제압, 그해 대선에서 승리를 했다.

이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당시만 해도 인지도 면에서 부시 후보에게 한참 뒤쳐진 빌 클린튼후보는 일약 암울한 미국경제를 되살릴 최적의 인물로 부상하면서 집권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의 역대 대선에서도 '준비된 대통령' 또는 'CEO출신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으로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한 후보들이 대선에서 승리 하는 것을 우리는 많이 지켜봤다. 먹고사는 경제문제를 그 나라 혹은 지역의 최대현안으로 인식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가 지녀야 할 당연한 안목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요즘시대는 단순히 경제의 중요성 만 이야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경제발전의 동력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하는 보다 세심한 안목이 더불어 요구되는 시대다.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그 사회를 지탱하는 경제의 무게중심이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경제는 과거 공장위주의 산업경제시대를 넘어,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기술 경제시대를 지나, 바야흐로 새로운 창조경제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창조경제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저마다 해석이 분분한 모양새지만 문화적 가치를 경제발전의 근본적인 동인으로 삼겠다는 근본 취지에 토를 다는 이는 없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 역시 '21세기는 문화산업에서 각국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고 최후 승부처가 바로 문화산업이다'라고 말했다. 그 만큼 문화적 가치가 향후 국가경제는 물론이고 나아가 세계경제발전에 있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란 얘기다. 이 같은 시대변화의 흐름 속에서는 지역경제도 예외일 수는 없다.

자고로 지역경제가 살아야 나라경제도 사는 법이다. 지역의 특수한 문화적 환경을 이용한 경제적 가치 실현 여부가 향후 그 지역경제는 물론이고 나라경제 발전 여부와 직결되는 시대를 우리는 맞이한 것이다.

산업도시로서 한때 크게 빛을 발했던 우리지역은 그 동안 공장위주의 산업도시를 탈피해 연구중심 대학 포항공대를 주축으로 한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새로운 경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꾀하고 있다. 또한 이를 뒷받침할 도로, 철도 그리고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도 나름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발전 동력이 문화산업 쪽으로 이동하는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이제는 우리지역이 가진 문화요소를 어떻게 경제적 가치로 승화 시킬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동시에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지역경제 미래가 시대변화에 뒤쳐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바보야, 문화가 경제야'라고 외쳐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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