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바라기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시민의식 태동, 환동해 경제 거점 준비해야
'포항'하면 과거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견인한 주역으로, 강철과 같은 '뼈대 있는 도시'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은 자칫하면 '뼈대만 남은 도시'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지역사회 내에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굳이 원인을 찾아본다면 철강산업이 성숙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바깥에서는 값싼 중국산과 고가의 일본산 철강제품의 틈바구니에 끼어 움직임이 제한되고, 안에서는 현대제철이라는 또 하나의 일관제철소가 등장하는 등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직면한 셈이다.
반면 포항은 이러한 모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대 잠재력은 대구 경북지역의 유일한 국제항만도시라는 점이다. 특히 영일만항은 국내 컨테이너항만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의외로 모르는 시민들도 많다. 일본 교토의 마이즈루항이 이유 없이 영일만항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 아니며, 우리 정부가 영일만항을 환동해 거점항만으로 지정한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이다. 또한 KTX포항 직결노선이 준공되면 더 이상 교통 오지가 아니라 오히려 육·해·공 모두 접근성을 갖춘 지리적 우위성을 지닌 도시가 될 것이다. 동북아자치단체 연합사무국이 위치한 포항은 외형상 이미 동북아경제권의 중심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국제허브도시인 셈이다. 게다가 한동대·포스텍·RIST·KIRO 등 우수인력이 포진해 우리나라 연구개발의 8학군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을 마음에만 담고 자랑스러워만 해서는 무엇도 이뤄지지 않는다. 과거 유행했던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생각난다. 당시 시대상황의 비유적 표현이 가져온 결과는 호주제폐지 등 사회변화와 여성들의 지위향상으로 이어져 어느새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빌어 '포스코가 죽어야 포항이 산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적어도 포항시민들의 마음 속에 포스코만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며 걸핏하면 동네북인양 포스코에 손 벌리고, 잘못되면 포스코 탓 만 하는 것은 이제 그만둬야만 한다.
2050년 포항은 포항시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 포항시가 인구 100만이라는 해양기반 국제도시로 발전하려면 국제화·서비스·해외기업이라는 3대 키워드가 필요하다. 외국인들에게 친근한 글로벌 스탠더드가 통하는 도시, 조그마한 식당이라도 누구나 친절하다고 느끼는 서비스정신이 훌륭한 도시, 기업경영과 무관한 정치이슈는 노사분규의 쟁점이 되지 않아 마음 놓고 해외기업이 투자하고 진출하고 싶은 도시가 돼야만 가능하다. 시민단체들은 포항시가 성장발전하려면 무슨 정책이 필요할지,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포항시에 필요한 정책제언과 시민 참여를 선도하는 시민주도형 도시의 주체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자주적인 시민의식의 태동이다. 우리 모두 '나는 포항경제를 1차적으로 책임지는 포항시민이다'는 점을 제일 먼저 자각해야만 한다.
한편, 이 원고에 관한 강의는 31일 오후 7시 30분 경북일보사 1층 대강당에서 열리는 '제2기 푸른문화학교(교장 이재원)'에서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