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 속에 보조금 관련 비리가 고구마 뿌리 드러나듯 줄줄이 밝혀지고 있다. 뿌리가 깊고 범위 또한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부를 도려내는데 그쳐서 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전면적인 개편이나 폐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썩을 때까지 방치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최근 드러나는 국고보조급 비리를 보면 가히 천태만상이다. 어린이집에서부터 농어업인 유가보조금, 과수명품화사업, 노인장기요양사업까지 온갖 비리의 온상임이 드러나고 있다. 이미 썩을 대로 썩은 제도를 경찰이나 감사원이 나선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 드러난 것만 예를 들어보자. 영천경찰서는 주유소를 임대해서 가짜경유를 화물차 연료용으로 31억 원 어치나 판매하고, 화물차운전자복지카드로 결재해 정상적인 경유를 공급받은 것처럼 속여 5억원 상당의 유가보조금을 부정수급한 화물차 운전자 등 47명을 무더기로 입건했다. 또 영천농업기술센터에서 시행한 FTA대응 대체과수 명품화 사업의 보조금을 부풀린 허위 계산서 등을 첨부해 2억3천만원 상당의 지자체 보조금을 부정수급한 10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15명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다.

고령경찰서도 실제 가격이 8천620만원인 농약 살포용 농기계를 1억8천만원으로 허위 매매계약서와 보조금 신청서를 작성해 정부보조금 9천380만원을 빼돌린 영농조합원과 농기계 중개업자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 같은 농약 살포기의 예는 고령에서 뿐만 아니라 의성, 상주 등 곳곳에서 비슷한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포항에서는 경북도 축산과에 토종벌 종보전 육종사업비 1억2천600만원을 신청, 사업추진비용으로 3천8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부정수령한 토종벌협회 경북지부장이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청이 지난 6월부터 벌인 특별단속 결과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비리가 전국에 만연한 것이 확인됐다. 3개월 남짓한 기간에 적발한 각종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사례가 600건에 육박했고, 부정수급액은 470억원에 이르렀다. 비리 관련자가 1천300여명이나 검거 됐다. 보건복지 분야가 가장 많아 전체 부정수급 사례의 60%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명목의 국고보조금이 늘어나면서 제도의 허점을 노려 '눈먼 돈'을 챙기려는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이 몇 달씩 특별 단속을 벌이지만 단속할 때 뿐 돌아서면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 최근에는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된 국고보조사업에서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인 사례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패의 뿌리가 깊고 환부가 넓어서 일시적인 단속이나 감독만으로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국고보조급제도를 혁파하고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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