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들이 많아

장독대 대소쿠리에 몸을 내맡긴다

햇볕이 눌러대는 시간 속에서

터져나갈 듯 비틀어지는 심장

한때, 구름 사이 끼어들어 바람의 길

확인하고 돌아오는 새를 보며 부지런히

바다 쪽으로 생각을 열어놓던 날도 있었지

지금은 애써 묻고 싶지 않다

마지막 올려다보는 하늘 끝 날아가는

청둥오리떼 어디로 가려 하는지

머리채 흔들며 가로질러 가던 젊은 날의

강물 같은 꿈 이제 누워 잠들거라

흙속 발 담그고 펄떡거리던 나뭇가지들

그 곁에 돌아갈 수 없구나

바람이 누워 있는 풀숲 근처의 쓰르라미 울음소리

희미해지는데, 나의 전부는

먼지처럼 가벼워질 수 없을까

다슬기처럼 달라붙은 밤하늘의 별 헤아릴 때

비로소 나의 온몸은 불덩이로 달아올랐다

<감상> 해탈을 꿈꾸는게 인간만이 아닌 것 같다. 고추도 그러하며 곤충들도 그러하리라. 그래서 종족이 보전되는가 보다. 영남지역에서는 유일하게「문학사상」신인상으로 화려하게 등단한 젊은 여성시인의 출세작이며 대표작으로 꼽히는데 놀라운 시각이 돋보인다. (글:서지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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