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혔던 동빈내항 물길 뚫어 도심 속 수변 공원 조성, 해양관광도시로 발돋움

서상은 호미수회장

검은 뚝다리 밑에서 꼬시래기를 낚아 고추장에 찍어 먹던 어릴 적 송도의 추억이 새롭다. 염밭(?田)이었던 해도(海島), 갈대가 무성했던 죽도(竹島)와 함께 섬안들로 유리한 곡창이었던 대도(大島)와 상도(上島)의 기억도 뚜렷하다. 형산강 하류에서 합류해 송도와 죽도, 해도를 휘감던 칠성천 자락에서 해지는 줄 모르고 친구들과 멱 감던 향수는 잊혀지질 않는다.

호미곶에서 나고 자라, 포항으로 유학 왔던 까까머리 중학생시절부터 송도(松島) 일대는 추억의 보고(寶庫)였다. 얼마 전, 지금껏 잊고 있었던 그 아름다운 기억들을 되살리게 하는 한통의 초청장이 날아왔다. 도심 한복판에 운하가 생긴다는 내용에 의아함과 궁금함을 안고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 도착한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너무 멋있는 도심 속의 물길공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난 반세기동안 막혔던 물길이 열렸다. 말로만 불렀던 송도가 진짜 송도로 다시 돌아왔다. 벅차오르는 가슴에 몇 번이고 눈가를 훔쳤다.

나 혼자만의 감동이 아니었을 거다. 53만 시민 모두가 우리 포항의 새로운 명소를 즐기며 자랑했다. 개발이 가져다주는 달콤함 때문에 자꾸 늘어나는 회색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로 철강단지로 인해 딱딱하고 강한 이미지로 대표되던 포항이 변하고 있다.

삭막하던 폐철도부지에 숲이 들어서고, 실개천이 흐르고, 시원한 자전거도로가 생겼다. 여기에 막혔던 동빈내항과 형산강 물길이 뚫리며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또 하나의 명물, 명품이 생겼다.

이 멋진 '포항운하'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통수식이 열린 다음날 몇몇 지인들을 불렀다. 그들의 감탄에 괜히 내가 우쭐했다. 방학 때면 만나는 손자 녀석들 손을 잡고 '포항운하'를 찾고 싶다. 시원하게 내달리는 유람선도 타고, 죽도시장의 좌판에 앉아 싱싱한 회를 먹으며, 할아버지가 살아온 터전인 포항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세상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내고향 포항, 친환경 녹색도시 포항을 녀석들의 가슴에 심어주고 싶다.

도심 한복판의 실개천에 발을 담그고 책도 읽고, '포항운하'를 거쳐 흐르는 맑은 물과 갈매기가 나르는 동빈내항에서 고향(뿌리)을배우며 흐뭇해할 손자들과 함께 향기로운 차 한 잔 마실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시원한 물길과 아름다운 수변공원이 우리 분위기를 더욱 돋워줄거다. 무더운 여름철 열섬화로 인해 녹아버릴 것만 같던 잿빛 도시가 물길이 넘실대고, 사람들이 모이는 친환경도시로 변화해간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철강산업도시에서 문화예술도시로 변하는 내고향 포항이 자랑스러웠다. '포항운하'를 통해 친환경도시로 해양관광도시로 변화하고 있는 내고향 포항이 또 한 번 자랑스럽다.

이제 앞으로 또 무슨 일이 나로 하여금 우리 모두의 고향 포항을 자랑스럽게 할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영일만 르네상스'를 향해 달려가는 '포항호'의 선장 박승호 시장과 2천여 공무원들이 참 잘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몇 번이고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의 마음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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