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철 에스포항병원 원장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대부분 10월과 11월이면 이렇듯 한 해를 마감하는 이벤트에 들뜬 한 달을 보내지만 나는 이제 시즌의 시작이다. 바로 뇌졸중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해마다 10월 환절기부터 시작된 뇌졸중의 시즌은 다음해 3월이 지나야 잠잠해 진다.

뇌졸중은 뇌혈관에 생기는 질병을 통칭하는 말로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혀 그 혈관이 먹여 살리는 뇌조직이 죽어 기능을 잃게 되는 뇌경색으로 나뉜다. 뇌졸중(腦卒中)은 그 이름처럼 갑자기 발생하여 아무 준비 없이 가족을 잃거나 사회적 역할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수능시험에서 고3 수험생이 그간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오듯, 평소 혹은 그 한해 얼마나 건강관리를 했느냐가 그 해 뇌졸중 시즌을 잘 넘기느냐가 판가름 난다는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뇌졸중은 한번 이상 내 몸이 경고해준다. 전에 없는 두통, 갑작스런 어지럼증, 한쪽 수족의 마비감이 왔다 가거나, 한쪽 눈이 갑자기 잘 안보였다가 좋아졌다, 갑자기 발음이 이상했다 좋아졌다, 기억력이 갑자기 떨어져 황당한 일이 있었다, 걸음걸이가 한쪽으로 쏠리고 술 취한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등등의 많은 전조증상을 겪은 경우,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환자나 술, 담배를 즐겨 하고 스트레스가 많고 비만이 있거나 심장이 좋지 않거나 뇌졸중의 가족력이 있거나 65세 이상의 고령의 사람은 반드시 전문의를 찾거나 전문병원을 방문하여 상담을 받고 필요하면 검사를 하고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 예방이 최선이다는 이야기다. 몸이 주는 경고를 무시하지 않고 몸의 말에 귀 기울인다면 충분히 뇌졸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만심이다. 자만심이야 말로 OECD국가 중에 체격이 크지 않고 채식을 상대적으로 많이 하는 우리나라가 여전히 뇌졸중 발생에서 수년간 부동의 1위를 놓치지 않은 이유이다.

몸이 주는 경고나 전문가의 권유를 무시하고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의사가 뭘 알아' 등의 자만심이 뒤 늦은 후회를 하게하는 원인이 된다.

평생 살면서 아무 병이 없으면 좋지만 그 중에서도 걸리지 않아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뇌졸중이다.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되고 가족경제는 파탄 나고 환자의 인격적 존엄성은 땅에 떨어지는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앞에 언급한 문제가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바로 전문의를 찾아서 진찰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이다.

또한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일이 발생하고 어떻게 재빠르게 대처 하느냐이다. 서울이나 그 외 대도시를 무턱대고 찾는 우를 범하지 말고 그 도시에 이러한 촌각을 다투는 병을 진단하고 수술해 낼 수 있는 병원이 있음을 감사하고 환자를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다행히 이 곳 포항은 이러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병원과 시스템이 여러 곳에 있어 행복한 도시이다.

모두가 이번 뇌졸중 시즌에 잘 대비하여 승리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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