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여성정책·육아 등 봉사, 자부심·행복 느끼는 나 발견, 17년간 이어온 삶의 보상

정명숙 수필가

포항시의 유공자 표창식에서 저출산 관련 부분에 대한 표창패를 받았다. 큰상은 아니지만 수상이 결정되면서 부끄러웠고 바쁘다는 핑계로 늘 투덜대며 일하지는 않았는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진정 따뜻한 손을 내밀었는지에 대한 생각과 '어떤 생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집에만 있기가 무료하여 무언가를 배우러 나가기 시작한 것이. 여성문화회관이 이전하기 전 현재 죽도동 주민센터 옆에 위치하였던 여성복지회관에서 '모니터교육'이라는 강의를 듣게 되었었는데 함께 공부했던 아줌마들이 선린대학에서 운영하는 '방송아카데미'과정을 다시 함께 듣게 되었고 수료와 동시에 <포항시여성정책모니터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함께 일하게 되었는데 둘째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이니 벌써 17년 전의 일이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봉사는 어린 아이들을 핑계로 잠깐씩 큰일이 있을 때만 참가하는 정도였다가 제일 젊다는 이유로 컴퓨터 작업이 필요한 일들을 주로 하였었다.

단체의 성격상 시정모니터와 여성정책 및 육아와 환경문제 등과 관련한 일들을 하였으며 그러다보니 봉사에 대한 생각 또한 두 딸을 염두에 두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으나 글자는 둘째 치고 숫자도 몰라 버스도 제대로 못 타시는 할머니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속이 상하고 화가 났었는데 내가 사는 세상도, 나의 '시집살이'도 여자에게는 불공평한 부분이 많았기에 내 딸들만큼은 보다 나은 세상, 여자라서 차별받거나 참아야하고 양보해야하는 세상에 살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이 생기기 시작했었던 것이다.

그 후로 <포항여성인권지원센터>의 일을 맡아 하게 되며 다문화여성들의 정착지원을 위한 한글교육과 취업지원을 위한 한지공예기술 교육 및 상담을 하며 다문화여성들의 삶과 문화는 물론 현지에서 데리고 온 자녀들의 양육과 교육환경 등의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며 그들의 인권을 위하여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었다.

현재는 상담과 관련한 대학원 공부를 하며 한자녀더갖기운동연합 포항시지부의 사무국장으로 포항시에 거주하는 미혼남녀를 위한 커플매칭사업과 신혼부부를 위한 태교 및 육아교육, 아빠들의 육아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가족피크닉 등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적극 알리고 건강한 가정문화확산을 위한 사업을 정기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아직 서투른 것도 많고 문득문득 개인적인 일들과 겹쳐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봉사가 이것이기에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넉넉하지 못한 가정의 둘째딸로 자랐던 것과 부유하지 않은 집안의 장손며느리역할을 해오며 헤쳐 온 어려움들이 고이 녹아 내 안에 자산이 된 것 같다. 그런 시간들을 견디며 다스려지고 다독여진 마음과 눈이 조금 불편하고 조금 힘든 대상을 향해 가고 있었고 그 안에서 가장 큰 자부심과 행복을 느끼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보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마음으로 봉사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한 수상이지만 그래도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이어 온 17년간의 꿈지럭거림과 의식의 깨어있음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으로 봉사하는 삶이, 오늘하루가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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