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간 호흡 중요한 교향악단, 믿고 따를 수 있는 수장 필요해

남현정 문화부

이현세(53) 포항시립교향악단(이하 포항시향) 상임지휘자가 올 연말 사퇴의사를 밝힌 가운데, 포항시는 후임을 객원 체재로 가닥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의 결정에 앞서 '상임'와 '객원' 운영에 따를 장·단점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객원 지휘 체재를 결정한 데에는 포항시립연극단(이하 시립극단)의 성공 사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립극단은 올 초 객원 연출 체재를 통해 이윤택이라는 연극계 거장과 마주했을 뿐 아니라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들과 호흡을 맞췄다. 다양한 색깔의 객원 연출자를 경험한 단원들은 한층 성숙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만큼 관객도 늘었을 뿐 아니라 인건비 절감 등 다양한 장점을 확인한 포항시는 내년에도 시립극단 객원체재를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립극단처럼 객원 체재의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포항시향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릴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포항시향의 과거 몇가지 문제점과 이슈 등을 회상한다면 다소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포항시향은 지난 2010년 제3대 지휘자의 성희롱 발언과 자질 논란, 단원들의 노조가입 문제 등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단원들 내에도 갈등과 분열이 존재했다.

이 지휘자는 "안정화를 찾기위해 노력했다. 많이 좋아졌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 지휘자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단원들은 또 한번 표류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교향악단(오케스트라)은 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를 하나로 모아 하모니를 이루는 단체다. 수장에게 가장 큰 덕목은 단원들의 마음과 호흡을 모으는 것이라는 의미다.

상임 체재로 방향을 틀 경우 선정방법도 과제다. 과거 포항시는 공개채용을 고수했다. 낙하산 인사라는 소문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력있는 지휘자가 공채로 응모할 확율이 떨어진다는게 음악계 통상적 견해다. 떨어질 경우 네임벨류에 타격을 입는다는 우려에서다.

때문에 신인을 비롯해 음악계 이름을 알리지 못한 이가 원서를 낼 가능성이 크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수장을 단원들이 믿고 따를지 의문이다.

이 지휘자가 연고도 없는 광주시로 갑작스레 스카우트 된 데에는 광주시립교향악단 전형위원회가 있었다. 물론 전형위도 '뒷거래의 가능성'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포항시는 연극단과 오케스트라가 그 성격과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먼저 인식하고, 포항시향 운영체재에 대한 장·단점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