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를 듣고 옳고 그른 것을 잘 판단하는 근본은 성의에 달려 있고, 성의의 근본은 신독에 있다.(聽訟之本 在於誠意 誠意之本 在於愼獨) 그 다음으로는 자신의 몸가짐을 규율해 훈계하고 가르치며 억울함을 풀어주면 송사가 없어질 것이다.(其次律身 戒之誨之 枉者伸之 亦可以無訟矣)"

정약용의 목민심서 9편 '청송'(聽訟 수령이 백성의 송사를 심리 재판하는 일)의 내용이다. 송사를 바르게 심리하는 것은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사회 정의실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송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청송'한다는 것과 아예 쟁송이 없게 한다는 것은 그 차이가 매우 크다. 청송이라는 것은 말과 표정으로 백성을 가르치고 정성을 다해 변화하게 하는 것이란 얘기다. 또 오늘의 법률적 상식과는 거리가 있지만 우선 목민관이 스스로 몸가짐을 바르게 가져서 백성을 훈계하고 가르쳐 바르지 않은 것을 펴는 것이 송사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일이라 했다.

다산은 "송사 처리를 물 흐르듯 거침없이 하는 것은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므로 그러한 방법은 위험하다. 송사를 처리하는 데는 반드시 마음을 다하는데 있으며 그 법이 사실에 꼭 맞아야 한다. 그러므로 송사를 간결이 할 경우 그 판결이 반드시 더 지연되는 것은, 한 번 더 심사숙고해 그 소송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함에서다"라고 송사 판결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올해 초 의정부지법이 직원을 대상으로 캐릭터 이름을 공모해 '청송이'로 정했다. 캐릭터는 부엉이가 법복을 입고 한 손에 저울을 든 모양이다. 목민심서에 나오는 '청송(聽訟)'에서 따왔다. 억울한 사정을 말로 하소연하면 이를 귀담아듣고 그 마음을 헤아려 다툼을 뿌리부터 바르게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의정부지법의 이 같은 사연을 들은 한동수 청송군수가 "국민과 군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근본이 일맥상통한다."는 내용의 편지와 청송 사과 등을 곽종훈 의정부지법원장에 보냈고, 곽 법원장이 "역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강직한 청송(靑松)과 분쟁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청송(聽訟)의 마음이 만나 기쁘다"며 서로 손을 맞잡았다. 두 기관의 유대가 깊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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