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산업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상주의 한방산업단지가 완공한지 3년이 넘도록 기업이 입주하지 않아 대표적 부실행정의 사례가되고 있다. 상주시는 잡초만 무성한 이 산업단지 조성에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국비 272억원을 포함해 488억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했다.

상주시는 은척면 남곡리 일원 76만6천㎡에 산업용지 42만㎡, 지원용지 8만4천여㎡, 주거용지 14만여㎡의 단지를 조성했다. 상주시는 이곳에 한방관련 기업과 수련시설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한약재 재배·가공산업을 육성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곳에 들어선 건물은 한방산업단지관리사무소와 한방건강센터(성주봉한방사우나), 묵심도요(도자 가마), 직거래장터, 일부 농가주택뿐이다. 이처럼 산업시설은 전혀 없고, 지원시설과 주거시설만 있어서 산업단지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지원시설인 직거래장터도 건물만 덩그러니 서 있을 뿐 운영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 이곳은 상주 도심과 28㎞, 중부내륙고속도로나 상주~청원고속도로 나들목과도 거리가 먼 산골에 위치해 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좋지 않다. 입지 선정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한방건강센터의 경우는 각종 특혜·비리로 경찰 수사를 받아 관련 공무원 3명이 입건되고 전 운영권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 수사에서 시설 임대차 계약을 담당한 상주시 전현직 공무원 3명이 운영권자로부터 5억7천만원의 임대보증금을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또 적자 운영을 이유로 임대료 1억원을 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입주업체로부터 3천만원을 받아 가로챈 운영권자를 구속했다. 특히 입건된 공무원 중 상주시의 전 국장이 운영권자와 사돈관계인 것이 드러났다. 상주시는 적자운영이 불 보듯 뻔한 이 한방센터의 일부 시설을 고쳐서 이달 12일부터 시 직영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이용객이 적어 적자경영이 지속될 것이 예상돼 시의 예산을 또 낭비하게 됐다.

이뿐 아니다. 한방산업단지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묵심도요 또한 논란거리다. 입주 때부터 단지 성격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상주시가 첫 민간투자에 의미를 두어 입주시켰다. 그러나 운영자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상주시에 매입을 요청했고, 시는 이를 사들여 공예장인에게 빌려주는 전통공예촌 조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시의회가 건물을 매입해 다시 판사람에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특혜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공예촌 조성 계획도 무산된 상태다.

사업성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500억원 가까이 혈세를 투입한 산업단지가 온갖 비리와 특혜의 근원이 되고 있다. 입주기업 없이 잡초만 무성한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상주한방산업단지는 지방자치단체의 주먹구구식 부실행정의 대표 사례다. 지금이라도 철저한 사업성 검토를 다시해서 세금 낭비를 줄이고 실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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