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소질·능력 보다 부모 극성이 앞선 음악제, 경쟁 속 아이들 안쓰러워

조명래 수필가 왜관중 교장

음악제는 동네에서 가장 큰 홀에서 열렸다.

시간이 임박하자 몰려든 입장객들로 붐빈다. 주변을 살펴보니 엄마, 아빠는 기본이고, 이모에 고모까지 동원된 듯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보이는 분들도 많았다. 무대에 서는 손자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 우리 뿐이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우리 일행도 4명이다. 아이 1명당 평균 3명의 관람객으로 계산해도 수 백 명은 금방이다. 넓은 객석이 어른들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무대의 막이 올랐다. 모두 고만고만한 키의 꼬마들이 무대복으로 예쁘게 단장을 하고 입장해 있다. 잠시의 정적이 물러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울려 퍼진다. 다음 순간 아이들 이름을 부르는 소리로 큰 강당이 떠나갈 듯하다. 어느 녀석이 우리 아이인지 얼른 알아 볼 수 없지만 객석의 어른들은 손을 흔들고 더러는 요란한 몸짓까지 하며 아이의 시선을 확보하려고 야단이다.

'핫배'가 꼭 참석해야 한단다.

결전의 날이 임박해 오자 그날을 잊지 않았는지 두 번 세 번 확인 전화가 왔다. 전날 퇴근한 후 출발하여 늦게라도 도착할 것이극 걱정하지 말라고 확인을 해주었다. 다음 날 중요한 약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시간의 야간운행을 강행하였다. 왕복 600km의 거리이다. 자지 않고 기다린 아이는 직접 만든 초대장을 내밀었다. 아이의 솜씨로 위장하긴 했지만 그림이며 내용이 제 스스로 한 것으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선생님들의 노고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출연하는 아이들 지도에서부터 초대장 제작까지 그 준비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말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코흘리개들 가르치기의 어려움을 부모들은 안다. 그럼에도 무대 등장에서부터 역할을 마치고 퇴장할 때까지 자기들만의 신호로 완벽하게 통제가 되고 있음이 너무 신기했다. 박수와 환호가 저절로 울리기에 충분하다.

몇 개월 전부터 준비가 진행되었다. 선생님의 지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지 아이 엄마는 건반악기에 서툰 아들을 위하여 속성 피아노학원에 등록을 하였다. 베토벤이라도 키우는 듯 온 집안이 들썩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영어 배우랴, 수영 배우랴 정신없이 바쁜 아이였는데 쓰러지지 않고 소화해낸 것이 기특했다.

꼬마들의 음악제가 별 것이랴 생각했었다.

그러나 무대 위의 상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성대했다. 우리 아이는 소속 학급의 친구들과 함께 무대에 4번이나 등장했다. 맨 처음 장고를 매고 흥겹게 돌고 뛰며 국악을 연주했고, 입으로 불며 건반을 눌러야 하는 멜로디언으로 '미녀와 야수'를 연주했다. 또 마칭 키보드를 메고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곡 하나를 멋지게 연주한 후 '원더풀 코리아','당신은 나의 태양'을 비롯한 합창 메들리를 끝으로 무대를 내려왔다.

아이의 성취감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아이의 소질이나 능력보다는 제 엄마의 극성으로 급조된 실력이라는 생각이 내심 들었다. 내년 3월이면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아마도 그때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더 많이 시달리게 될지도 모른다. 힘들어하는 것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치열한 경쟁판으로 내몰리게 될 아이가 안쓰럽다. 좋아라 뛰며 강당문을 나서는 아이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아이는 진정 부모의 희망이고, 조국의 미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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