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심이 캐릭터로 '벨기에 아트 겐트 국제 페어' 등 굵직한 박람회서 연이어 호응 얻어

화가 이철진

"'행복한 여자 춘심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전하고 싶다."

연말, 굵직한 예술 박람회에서 연이어 호응을 얻은 이철진 화가의 말이다.

지난 15일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제31회 벨기에 아트 겐트(라인아트) 국제 페어'가 지난 3일 마무리한데 이어 5~9일 '2013 부산국제아트페어'를 다녀온 이 작가는 "이제 한숨 돌리고 있다"고 푸념했다.

1994년 첫 개인전 이후 매년 개인전을 열긴 했지만 올해는 특히 바빴다는 것. 올해 개인전만 네차례. 포항시립중앙아트홀을 비롯해 해운사계(부산) 전 갤러리(대구), 모아미 갤러리(울산) 등에 초대된 것이다.

이 외에도 '한국국제아트페어', '대구아트페어', '홍콩호텔페어', '경주아트페어', '부산아트쇼' 등 어느해 보다도 분주하게 작품활동을 했다. 오는 25~29일 서울 아트페어로 올해 마지막 활동을 마무리한다.

바빴던 만큼 의미있는 성과도 컸다.

서울 gallery SCAI 기획으로 참여한 '벨기에 아트겐트 국제페어'는 한국 작가들의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부를 마련했다는 취지에서, 부산국제아트페어는 100~120호 대작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특히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더욱 다듬는 기회였다"는 이 작가는 "소재나 기법, 재료에 대한 폭이 훨씬 넓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자부했다.

올해 이 작가의 대표작품은 '행복한 여자 춘심이' 시리즈. 친근감 있는 이름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발그스레한 볼과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게 웃고 있는 캐릭터가 재미있고 행복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사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건강한 여성들의 모습을 춘심이라는 캐릭터로 담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화려한 색상과 기법이 한국화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이 작가는 영남대학교 미술대학원 한국화과를 전공했다.)

"사실 '춘심이'는 1996년도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그땐 커피와 수묵을 이용해 한국화적인 느낌을 많이 살렸다"고 회상하며 "최근 작품에서는 다양한 재료와 칼라를 사용해 서양화 같다고 생각하는 관객도 있지만, 한국화나 서양화라는 구분을 하기 보단 일반적인 회화라고 보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작업에 변화를 준 이유나 계기를 묻자 "시대적 흐름"이라는 대답이다.

"한국적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는 거창한 신념이 있었던 것도 아니였고, 그저 내가 하고 싶어하는 작업 중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지만 작품 속 한국적 기법과 뿌리는 살렸다.

'춘심이'의 얼굴색감은 아크릴이나 유화에서 나타나는 것과는 다른 번침이 있는 것. 이 번짐은 장지에 커피를 칠하면서 자연스러운 볼 연지가 나타난 한국화적 재료다.

다양한 캐릭터 '춘심이'는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같은 표정은 없다는 것도 관람 팀. "다양한 변화로 혼란을 초래하기 보다는 같은 얼굴로 다양하게 보여주고자" 한 이 작가의 의도다.

이 작가는 "춘심이는 관객들이 관람하기에 특별하게 어려운 그림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관람하길 바란다"는 작은 바람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자 "작품을 다양하게 많이 그려서 한정없이 쌓아 놓고 싶은 욕심"이란다.

또한 "길거리나 외벽 등 어디서나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춘심이를 보여주고 싶다"며 "평면 작품 속에 목말랐던 부분을 입체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시도도 있다"고 귀뜸했다. 이 외에도 "지역 작가들이 외부에 이름을 알리고 지역을 홍보할 수 있는 발전적인 모습으로 내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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