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수필집 발간…문학지·잡지 발표 45편 실어

박창원 포항 청하중학교장이 '향기가 있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수필집을 내놨다.

포항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해온지 20년 만이다. 이번 수필집은 그동안 '포항문학'과 '보리수필'을 비롯한 여러 문학지와 잡지에 발표한 글 100여편을 엮은 것.

그 중 45편을 선정해 5부로 나눠 실었다.

자연을 소재로 한 1부 '멀구슬나무'와 2부 '기생 달섬이'는 여행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3~5부 '나는 누구로부터' '원성왕의 꿈' '네 새끼 곱다'는 세상살이 속 이야기다.

박 교장은 "20년간 써 놓은 작품들을 썩혀버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과 그동안 남의 책을 얻어 보기만 한 것의 미안함으로 작품집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수필을 쓴다는 것은 사물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는다는 것, 혹은 생활 속에서 작은 깨달음 한 조각 얻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 수필집은 박 교장이 사는 풍경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어차피 친절하지 않은 세계이지만, 그럼에도 한없이 섬세한 자아의 시선이 잡아낸 기록이다.

김윤규 문학평론가는 "박창원의 수필은 착한 총각이 새초롬한 아가씨와 산책하는 풍경 같다"며 "착해빠진 눈빛을 하고 있는 수필가 박창원과 중학생을 휘어잡는 교장 박창원이 같은 사람이라는 재미있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박 교장의 시선이 가장 먼저 머문 곳은 부모님이다. 그에게 아버지는 '우직'하시면서도 '고집스러움'을 잃지 않은 자신의 원형이다. 어느날 아버지와의 이별의 순간을 예감했고, 불가항력의 이별이 속수무책으로 다가왔다.

그 그리움을 눈망울에 가득 담은 박 교장의 다정한 시선은, 이제 가족에게 향해 있다. 아버지가 그리운 만큼, 자신이 만든 가족에게 자신은 어떤 전생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 박 교장의 다음 과제이다. 이 수필에는 '아내', '가족' 등의 단어가 유난히 많다.

박 교장은 어떤 가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어떤 가장이 되고 싶은 것일까? 이 수필 속에는 스스로 즐거운 표정으로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그는 어리버리하고 평범한 남자이다. 모든 개인들처럼 그는 세계 앞에 단독으로 서는 자아가 된다. 그는 자신에 대해 불친절하고 횡포한 세계에 저항하고 거절하며, 독자적 영역을 가지려고 한다. 가족을 이루고 아버지가 되자, 그 자아는 확장돼 가족 전체를 개인의 자아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생긴다. 그리 특별하지 않은 아버지가 자기 가족에게는 특별한 아버지가 되고 싶어서 노력하는 안쓰러우면서 따뜻한 그림이다.

박 교장의 따뜻한 시선은 교직의 현장인 학교를 향해 있다.

시골 중학교에 청년교사로 부임해서 30여년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되었다. 그는 천성적으로도 선생님이지만, 이런 오랜 체험은 그를 더 뼛속까지 선생님이 되게 했다.

박 교장의 눈에는 모든 것이 가르칠 내용으로 보인다. 그는 나무를 보아도 돌을 보아도, 내연산 굽이굽이 폭포를 보아도, 그저 이걸 학생들에게 가르칠 생각만 한다. 이렇게 다정한 눈길을 가진 이에게 학생을 처벌하기도 하고 교사응모자를 탈락시키기도 해야 하는 교장은 참으로 부담스럽다. 그의 수필에 낯선 고뇌의 흔적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외에도 어디 산골에서 금방 나온 착해빠진 소년 같은 호기심으로 작은 것들에 눈길을 돌린다.

모래 속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는 개미귀신을 우리에게 소개하기도 하고, 거미줄에 걸림 송장메뚜기를 우리 눈앞에 들어 보이기도 한다.

김윤규 문학평론가는 "박창원의 시선이 가장 따뜻하게 가는 것은 남보다 작은 것들이다. 떠들썩한 자랑잔치를 헤집어서 작고 고운 것들을 찾아 그 수줍은 빛에 눈을 맞추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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