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해진 연말 정국, 노사관계 원칙 지키며 인내심 갖고 노력해야

김상태 정치부장

북한의 갑작스런 장성택 처형 등으로 연말 우리 정국 또한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연말 정국은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 때문에 철도 운행이 곳곳에서 중단 또는 축소운행되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경제적인 피해도 피해려니와 국민 생활의 불편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상황으로 미뤄볼때 이번 파업사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

노사관계는 부자관계가 아니라 부부관계와 비슷하다. 수직관계가 아니라 수평관계이고,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자발적 계약에 따른 관계이기 때문이다. 부모나 자식이 인륜을 저버린다 해도 혈연관계는 부정할래야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노사관계는 법률에 기반을 둔 사적 계약관계이므로법률의 보호를 받지 않으면 그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 스스로 법 밖으로 뛰쳐나가서 관련법마저 송두리채 무시해가면서 관계와 자신들만의 권리를 주장한다면 이것은 커다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부부는 사이좋게 함께 오래 살겠다는 법률적 약속을 하고서 결혼하지만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싸우기도 한다. 노사관계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서로 다툴 때도 많다. 파업과 직장폐쇄는 노사 각자 상대편에게 더 성실한 대화를 촉구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부부싸움이 서로 더 잘 살기 위한 싸움이고 헤어지기 위한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파업이나 직장폐쇄도 법 테두리 안에서 정당한 법절차를 지키면서 해야 노사관계의 파국을 막을 수 있다.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도 있듯이 노사관계에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자유노조의 상징인 폴란드 그단스크 조선소의 레흐 바웬사 위원장은 "노조운동은 세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첫째 나라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 둘째 기업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 셋째 조합원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나라 각 사업장에서 다반사로 불붙는 노동운동도 이러한 기준에 잘 맞는지 노조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야야 할 것이다.

대규모 공익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노사문제는 관련법에 의해 처리해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켜보는 국민의 여론이 아닐 수 없다. 진보성향이나 보수성향의 정권에 아무런 관계없이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해 김대중 정부를 지나면서 20여년의 해묵은 숙제인 철도산업의 개혁이야말로 방만한 경영으로 만성 적자를 보고 있는 공기업 개혁의 시금석인 것이다.

일부 국민들은 정부가 왜 철도파업 사태를 조용하고 원만하게 처리하지 않느냐 하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마음먹은 대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1984년 영국 대처 총리 재임시 탄광노조의 파업은 무려 364일간 계속됐다. 당시 발생한 폭력 사태로 인해 11 명이 사망하고 2만여 명이 부상당했고, 1만1천 명이 경찰에 체포돼 이중 8천명이 재판에 회부됐다. 당시 영국이 왜 이렇게 심각한 홍역을 치렀는지,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이번 철도 파업사태를 계기로 우리의 노사관계가 원칙을 지키면서 한 단계 발전하도록 우리 모두 인내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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