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스'가 '세계서 가장 질서없는 의회 5개'를 선정한 적이 있다. 그 첫번째 나라가 한국이었다. 둘째 대만, 셋째 우크라이나 등이었다. 외국 언론에 국회의원들 몸싸움 장면이 보도되면 심중팔구는 한국 아니면 대만이라는 것이 정설처럼 돼 있다. 나라망신 시키는 광란의 국회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싸우기 좋아하는 한국민주주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혹평했었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언젠가 한 인터뷰서 "여야 공히 정치에 있어 쓰레기집단이다"라고 매도했다. 서영훈 전 민주당대표도 "내가 정치권에 들어오려하니 친구들이 그 개판에 왜 들어가려느냐"며 말리던데 "오늘 보니 진짜 개판이다"며 민생 현안을 젖혀 둔 채 정쟁에만 휩싸인 국회에 대해 개탄한 바 있다. "정신 바른 사람이 갈 곳이 못되는 데가 국회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 국회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여러 사람이 비참한 지경에 빠져 울부짖는 '아비규환(阿鼻叫喚)'을 드는 사람도 적지않다. 과거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여의도에는 구태정치의 일곱마리 유령들이 배회하고 있다"며 '상쟁 유령', '오만 유령', '반사이익 만능 유령', '지역주의 유령', '색깔론 유령', 못된 선배 따라하기의 '습관 유령' 등이라 했다. 그 중 가장 못된 '상쟁 유령'에 대해 "무조건 싸워야 한다는 초등학생같은 유치한 논리가 정치권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어 참으로 어이없고 기가막힌다"고 넌더리 냈다. 아이들끼리도 서로 싸우면 "여기가 국회냐"며 조롱, 국회의원이 싸움꾼으로 취급되고 있다.

한 중학생은 국회의원들이 제 할일은 안하고 싸움질만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학교에서 배운 정치와 현실정치가 너무 다르다며 "사회 교과서에서는 그렇게 안가르치는데…"라며 인터넷 게시글로 국회 파행을 꼬집었다. 국민은 죽든 살든 내팽개치고 걸핏하면 거리로 뛰쳐나가 무용지물이 되는 국회에 대해 지난 연말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우리 헌법에 왜 국회해산제도가 없는지 국회해산제도가 있었다면 지금 국회를 해산할 상황이다"라며 무책임 '정쟁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는 "이럴 바엔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라"는 여론이 비등한 한해였다. 새해 국민소망은 국민 열받게 하는 '정쟁국회'를 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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