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 자랑하지 않는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의 대명사가 된 전북 전주시 노송동 익명의 기부자는 14년 째 주민센터 앞에 기부금을 두고 갔다. 지난달 30일 이 얼굴을 알리지 않은 천사는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어렵더라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과 함께 4천924만6천640원을 놓고 갔다. 지금까지 그가 기부한 총금액이 3억5천만 원이나 된다. 전주시는 지난 2010년 그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앞길 750m를 '얼굴 없는 천사의 거리'로 명명했다. 시는 노송동 주민센터 앞에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 새긴 '얼굴 없는 천사 기념비'를 세우고, 2011년부터는 '천사축제'도 열고 있다. 그의 선행이 해마다 이어지면서 전국에 익명의 기부자들이 늘어나는 '천사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대구에서도 지난달 30일, 대구공동모금회에 60대 남성이 얼굴을 알리기를 거부하며 직원을 사무실 앞으로 불러내 기부금을 전했다.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이 남성은 "대구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쓰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1억2천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이 든 봉투를 전했다. 공동모금회 직원이 이 남성에게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클럽' 가입을 제안했지만 "남몰래 돕고 싶다" 손사래 치며 황급히 사라졌다. 이 60대 남성은 지난 2012년 1월과 12월에 이어 지난 연말까지 3회에 걸쳐 총 3억4천여만 원을 기부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1일, 서울 명동의 자선냄비에 60대로 보이는 노신사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흰 봉투를 넣고 갔다. 이 봉투에는 은행에서 곧 바로 출금 할 수 있는 6천819만 원짜리 무기명채권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이 명동에서는 2012년에도 60대 남성이 자기앞수표 1억 원을 기부하는 등 해마다 얼굴 없는 천사들의 선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자선냄비에 들어온 성금이 63억2천543만5천289원이었다. 자선냄비 모금이 시작된 1928년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2012년 51억3천485만원에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얼굴 없는 천사 효과가 전국적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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