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와 이라크전 등이 겹친 지금은 힘든 도전의 시기이므로 오바마대통령 당선자를 도와 건설적으로 함께 일할 때다" 오바마와의 대선경쟁에서 오바마에 대해 국정경험이 없다며 "준비되지 않은 인물"이라고 비판했던 매케인이 선거가 끝나자 패배를 깨끗이 인정, 오바마대통령을 돕자고 강조했다. 그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준비가 돼 있느냐, 아니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바마는 미국인들에 의해 선택됐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밀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공화당이 민주당 소속 일리노이주지사 비리를 물고 늘어지자 "우리 각자는 정당과 철학이 다르고 의견도 다를 수 있지만 미국은 우리에게 통합과 협력을 원한다"며 "오바마정부와 협력해 앞으로 마련될 경기부양책법안에 기꺼이 서명하겠다"고 다짐해 대승적 정치인의 면모를 모여주었다. '나라가 먼저(Country First)'라는 매케인의 정치소신 앞에선 대선 앙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개인이나 당파의 이해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모범생이었다.

이 같은 매케인의 정치신념은 정치파동의 고비 때마다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칸을 태울 수 없다"며 등원거부 등 강경투쟁을 무마한 유석 조병옥 전 민주당 대표최고위원의 정치신념과 일맥상통한다. 매케인은 29세에 베트남전에 참전, 공산당에 포로로 붙잡혀 5년 반 동안 고문과 독방감금을 당했다. 당시 미 해군제독인 아버지 잭 매케인이 미 태평양 사령관에 부임하자 베트콩이 화해 제스처로 조기석방을 제안했다. 하지만 매케인은 "먼저 들어온 사람이 먼저 나간다"는 군 수칙을 내세워 동료부터 나가게 해 감명을 주었다. 석방될 땐 몸무게가 20㎏이나 줄었고, 머리가 하얗게 세 있었다. 미국인들은 그를 '미국의 양심'이라며 정치거물로 대접한다.

지난해 "누가 죽나 한 번 봅시다"며 정쟁에 사생결단 '너죽고 나죽자'의 '다이하드(Diehard) 정치'로 일관했던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야당지도자로선 처음으로 청와대 신년회에 참석, 웃음 속에 덕담까지 주고 받아 얼어붙은 정치의 해빙이 기대된다. 매케인처럼 당리당략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야당 지도자를 국민들은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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