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수도 방콕에는 영국 작가 서머셋 모옴(William Somerset Maugham 1874~1965)이 프랑스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의 타이티 섬 생활을 그린 소설 '달과 6펜스'를 집필했다고 하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 있다. 이 호텔의 이름에 붙은 '만다린'은 '중국의 고급관리'또는 '표준 중국어'라는 뜻이 있다. 그런데 또 다르게는 '귤'을 부를 때 '만다린'이라 하기도 한다. 영어 단어에는 귤이나 밀감을 칭하는 'Tangerine(탄제린)'이란 단어가 있다.

귤의 원산지는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추정하는데 동쪽으로 전해져서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으로 전해진 것을 '만다린'이라 한다. 서쪽으로 전해진 또 다른 귤은 지중해 연안에서 주로 경작됐는데 이를 '탄제린'이라 부른다. 지중해 연안의 모로코 항구도시 탕헤르(Tanger)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귤화위지(橘化爲枳),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는데 귤이 동쪽으로 가서 '만다린'이 되고, 서쪽으로 가서 '탄제린'이 된 것이다. 현재는 세계 백여 개국에서 무려 천여 종의 귤이 재배되고 있다.

귤 종류 가운데는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새로운 종도 있다. '한라봉'이 대표적인 예다. 꼭지 부분의 볼록하게 튀어나온 모양이 한라산을 닮았다 해서 1996년부터 '한라봉'이라 불려졌다. 원래 '한라봉'은 1972년 일본 농림성 과수시험장 감귤부가 귤의 일종인 '청견'과 '폰캉'이라는 두 종을 교배해 만든 교잡종 감귤이다. 한라봉은 밀감의 손자뻘인 셈이다. 1990년 중반부터 제주도에서 한라봉을 조금씩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일본 이름인 '부지화', '데코폰' 등으로 불렸다.

서귀포 특산의 한라봉을 최근 동해안 영덕에서 재배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영덕농업기술센터 실증시험 시설하우스에 지난 2010년부터 재배중인 76그루의 귤나무에 주렁주렁 한라봉이 달렸다. 맛과 향, 당도가 제주산과 차이가 없다고 한다. 난방비를 줄일 수 있는 지열이나 태양열 등을 이용하면 경북 지역에서도 충분히 재배가 가능한 것이 확인 됐다. 고소득을 올릴 온난화 대응 대체작목으로 유망하다. 비타민 C가 풍부해서 피로회복은 물론 요즘 같은 겨울철 감기예방에도 효과만점인 지역에서 생산된 한라봉을 맛볼 날도 멀지 않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