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객들이 꼭 가보고 싶어하는 길이 있다. 평균 해발고도가 4천m 이상으로 높고 험준한 길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평가받는 '차마고도(茶馬古道)'가 바로 그 길이다. 중국 윈난(雲南)에서 티베트를 거쳐 네팔, 인도까지 이어지는 5천㎞의 길은 옛날에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역하던 중요한 무역로였다. 오래 전 북방 유목민족과 싸우기 위해 티베트의 강인한 말이 필요했던 중국은 귀한 수출품이었던 차(茶)를 티베트인들에게 내놓았다. 차는 티베트 유목민들이 비타민을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으로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다. 차와 말의 교역은 번성했고 수천년을 이어오면서 문명과 문명을 잇는 길 차마고도가 만들어졌다.

수백 수천m를 깎아지른 협곡에 'Z'자로 난 길은 새와 쥐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다는 뜻에서 '조로서도(鳥路鼠道)'라 불리기도 했다. 윈난성의 쿤밍에서 티베트의 라사까지 차마고도로 이어진 길 위에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샹그릴라(Shangri-la)'가 있다. 샹그릴라는 영국 작가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티베트 산맥 속에 있는 라마교 사원공동체이자 유토피아로 그려진 곳이다. 제1차 대전 종전과 대공황 이후 상실감에 빠져 있던 유럽인들에게 샹그릴라는 이상향이었다. 소설을 읽은 세계 여행자들은 '히말라야산맥 근처'라고만 언급된 샹그릴라를 찾아 중국 서남쪽으로 모여들었다. 결국 샹그릴라가 윈난성 서북부에 위치한 중텐과 일치한다며 중국 정부는 1997년 이름을 '샹그릴라(香格里拉)'로 개칭했다. 샹그릴라는 티베트어로 '내 마음 속의 해와 달'을 뜻한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샹그릴라는 강과 협곡으로 이뤄진 고산지대에 위치, 한 폭의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한 해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모여드는 샹그릴라에 화재가 발생, 고대 건물과 주택 등 240여 채가 소실됐다고 한다. 세계인의 '이상향' 화재 소식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그런데 이 화재 소식 못지않게 안타까운 것이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양동마을이 화재에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전에 양동마을 방화(防火)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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